작성일
2022.10.24
수정일
2022.10.24
작성자
정혜원
조회수
116

[비평문] ?翎,《金山》: 진정한 '나'를 포기해야 했던 화인의 삶

1850년대 캐나다 서부에서 금이 발견되자 중국인들은 이를 金山이라 부르며, 그곳에 가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대거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화인 신분인 그들은 낯선 이국 땅에서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 19세기 캐나다에서 대륙횡단철도 건설을 위해 대량의 노동력이 필요해지자, 소설 속 주인공 方得法 또한 돈을 벌기 위해 16살의 나이로 金山으로 향하는데, 이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方得法의 선택은 진정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을지, 그는 대체 어떤 이유로 화인의 삶을 택했는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적어보았다.

첫째, 아들로서 화인의 삶을 택한 '나'. 어린시절 주인공 方得法는 벼락부자가 된 아버지 밑에서 매일 서당에 다니며 공부를 하지만, 아버지가 재산을 유지하지 못한채 아편중독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남동생의 간질병 치료를 위해 여동생이 헐값에 팔아넘겨지자, 교재와 글씨본을 찢어버리고 농사일에 전념한다. 그러던 중 金山에서 성공해 돌아온 홍마오를 보며 열여섯살의 나이에 金山으로 향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며 받은 임금은 어머니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최소한의 돈만 남긴 채 전부 고향 집으로 보내며, 먹을것이 없어 쓰레기통을 뒤지는 순간에도 고향에 홀로 있는 어머니를 부양해야 된다는 의무감으로 힘겨운 생활을 버텨낸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 그가 원한 삶이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서당의 오양밍 선생과 같은 지식인의 삶을 꿈꿨지만, 더이상 공부를 할 수 없다는 현실에 교재와 글씨본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때, 공부를 지속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 싶었을 진정한 '나'로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둘째, 남편으로서 화인의 삶을 택한 '나'. 金山에서 돌아온 方得法는 어머니가 정해놓은 혼처를 거절하고 그가 좋아하는 關淑賢과 결혼한다. 그녀의 출산 후, 그는 반드시 당신을 金山에 데려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화인의 삶으로 돌아간다. 늙은 노모를 모시고 홀로 집안을 이끌어 가는 아내를 생각하며 세탁소, 생선깡통 공장, 농사 등 쉼 없이 일을 하지만 끝내 사업에 실패한다. 하지만 절대로 밥을 얻어먹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다시 장사를 시작한다. 또한 아내와 둘째 아들이 납치되었던 소식을 들은 그는 고향에 누각을 짓지만, 자신은 경비문제로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채 여전히 화인 신분으로 살아간다. 사랑하는 아내를 곁에 데려와 가정을 이루겠다는 생각으로 타국에서의 힘겨운 생활을 버텨냈지만 애석하게도 그녀를 金山데려오겠다는 맹세는 항상 간발의 차이로 이뤄지지 못한다. 체면을 중요시하는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고 본인이 원하는 여자와 결혼했지만 정작 자신의 이상은 커녕 본인의 몸마저 돌보지 못한 채 고된 삶을 살다가, 여든살이 넘어 죽음까지 단 세번밖에 만나지 못하고 고향이 아닌 머나먼 타국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다.

셋째, 아버지로서 화인의 삶을 택한 '나'. 어머니가 없는 아이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는 감정의 굴곡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 方得法는 金山에서 몇 달째 어머니 없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채 생활하고 있는 큰 아들 錦山을 가련하게 생각한다. 그런 아들을 보며 어떻게든 아내를 곁에 데려와 아들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는 일을 막으려 한다. 錦山이 장부에서 매일 2달러씩 몰래 가져가자, 關淑賢를 데려올 경비를 빼돌린다며 나무라고, 유곽 여자를 데려오자 집에서 내쫓아버림과 동시에 빨리 돈을 모아 아내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한다. 둘째 아들 錦河는 아버지의 곁을 떠나가길 원치 않지만, "너와 아버지가 몇 년 고생을 하면 고향집 지을 때 빌린 돈도 모두 갚을 수 있어." 라며 서양집의 하인으로 보낸다.方得法가 살았던 1860~1950년대까지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보면 남자는 밖에 나가 돈을 벌고, 아내는 집에서 자식을 돌보며 내조한다는 남녀역할이 구분된 사회적 통념이 있었다. 이를 고려해볼때 그는 돈을 벌어 아내 關淑賢를 金山에 데려와, 두 아들의 마음에 입은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야 말로, 화인 신분인 아버지로서 해야할 역할이라 생각한것이 아닐까.

팡더파는 아들, 남편, 아버지로서 평생 화인의 신분을 유지하며 골드마운틴에서 혹독한 삶을 살았지만 그것이 결코 자신을 위한 삶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자신 앞에 놓인 현실에 직면해서,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갔던 것이다. 方得法는 험난한 상황에 그 역할도 완벽히 이행하지 못했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갔다. 고향에서 평범한 아들, 남편, 아버지로서 살 수 있었던 팡더파는 화인이었기에 너무나도 씁쓸하고 험난한 삶을 살았던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화인은 진정한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것일까. 화인들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소설이다.

■참고문헌:?翎 지음, 박명애 옮김,《金山》, (서울: 금토,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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