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2.12.02
수정일
2022.12.02
작성자
정혜원
조회수
91

[비평문] ?浩泉 外, 《他是我弟弟, 他不是我弟弟》: 화인 그리고 우리의 삶

<동생이면서 동생아닌>은 캐나다로 이주한 화인이 여러가지 사연으로 인해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화인소설은 이민자의 신분으로 낯선 곳에서 고전분투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이 소설은 화인들의 평범한 삶을 그려냈다.

<족제비가 맺어 준 인연>, <리처드슨 순경>, <삶과 죽음의 사이>, <선택> 은 그들이 화인 신분이기 전에 보통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 속에서 경험한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작가는 이 작품들 속에서 화인들이 '사랑'을 통해 캐나다라는 낯선 곳에 점차 익숙해지고, 그곳에서 안정적으로 적응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인신분이면서 한 가정의 가장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들도 있다. <드림랜드의 군대농장>,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또 무엇인가>, <입문> 등이 그것이다. 이 작품속의 화인들은 대륙에서보다 더 나은 캐나다의 삶을 꿈꾸며 이민자의 삶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바램과는 달리 낯선 타국의 삶은 어려움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가장으로서 가족과 살아가기 위해 불안정한 생계 속에서 운명에 고개 숙이지 않고 끝까지 도전한다.

<우리 아들은 여느 집 자식과는 달라>, <동생이면서 동생아닌>은 뜻밖의 사건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화인들의 이야기이다. <우리 아들은 여느 집 자식과는 달라>의 노부부는 캐나다로 이민 오기 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지만, 캐나다 정부의 생활보조금을 받아야 한다는 아들부부의 말에 전 재산을 아들에게 줘버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아들 내외가 미국으로 떠나자 노부부는 정부의 보조금으로만 생활하며 고독하게 살아간다. <동생이면서 동생아닌>은 배다른 형제가 캐나다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내용이다. 동생이 뜻하지 않게 사고를 당하자 형은 병원에서 동생과 어떤 관계인지 묻는 질문에 "전 걔의 형...아니 걔 형이 아니라..."며 버벅거린다. 부모가 달라 형제이면서 형제아닌 관계로 이도저도 못하는 혼란스러운 그의 상황을 보여준다.

위와 같은 남녀간의 사랑, 가장으로서의 삶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들은 분명 우리의 삶속에도 나타난다.

한편, <누가 종을 울리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작품으로 화인이 등장하지 않는, 캐나다 군 소속으로 파병 중 전사한 백인 군인과 남겨진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캐나다에 살고 있는 화인뿐만 아니라 백인들 또한 고난과 좌절을 겪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화인의 삶이 백인들과 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즉, 이 작품은 화인들이 겪는 좌절과 고난 그리고 절망 등의 감정은 화인이기에 겪는것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경험 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며 화인들의 삶에 위로를 건네주는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소설집을 읽다보면 주인공들이 화인이라는 설정을 배제해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삶이 보통의 우리의 삶과 다를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 나는 화인의 삶이 우리와 다를 바 없다고 해서 그들의 삶을 결코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낯선 땅에서 화인신분이기에 저절로 외로움과 두려움의 감정을 느낄 것인데, 거기에 더해져오는 또 다른 부정적인 감정들로 인해, 그들이 보통의 사람보다 더 비참한 삶을 산다고 느끼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도 당신들과 별 다를것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듯 화인 그들도 달리 특별할 것 없는 우리와 같은 삶을 살고 있기에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을 낯선 이민자가 아닌 동등한 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바라보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陳浩泉 외 지음, 김혜준 외 옮김, 《他是我弟弟, 他不是我弟弟》,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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