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2.12.12
수정일
2022.12.12
작성자
정혜원
조회수
132

[비평문] 黃錦樹,《魚骸》 : 말레이시아 화인 소설의 독특한 특징

<물고기 뼈>는 말레이시아 화인들의 단편소설을 엮은 소설집이다. 이전에 읽었던 화인 작품과 달리 말레이시아 작품은 그 나라의 역사적인 흐름을 알고 있어야 이해할 수 있음을 느꼈다. 말레이시아는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그리고 일본의 식민지였는데 오랜 기간 동안 여러나라의 식민 통치를 겪다보니 나라는 어지러웠다. 게다가 말레이시아 지역에 중국인이 대량 유입된 1850년대 사회구조를 보면 대외적으로는 영국령 연방 말레이주 였고, 정치 체제는 이슬람교의 수장이 행정, 군사적인 측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복잡한 사회체계였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쓰여진 말레이시아 화인의 소설은 다른 나라 화인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 약간의 기이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고기 뼈>의 주인공은 대학교수로 깊은 밤이 되면 연구실에서 사람들 몰래 거북이를 해부한 뒤 그것을 먹고 동시에 귀갑을 얻는 매우 기이한 취미가 있다. 주인공의 형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었는데, 그는 죽기 전 주인공에게 '중국인' 임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며 한자를 알려주곤 했다. 형의 죽음은 가족들로 하여금 주인공을 더욱 보호하게 만들어 그를 타이완으로 보내버렸고 이후엔 말레이시아로 넘어가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되는데, '중국인' 임을 자랑스럽게 여긴 형의 죽음과 정체성의 혼란이 섞여 갑골문을 새기는 듯한 기이한 취미를 얻게된 것이라 생각한다. <포위된 성으로 진격>은 체면치레를 중시하고 교양의 유무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주인공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과 열 손가락을 걸고 바둑을 두다가 결국에는 열 손가락이 다 잘린다는 내용이다. 이는 말레이시아 침략자로서의 냉철하고 잔인한 일본의 모습을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 모습을 손가락을 자른다는 표현 과정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기이한 느낌을 준다.

둘째, 대부분의 작품들이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을 토대로 쓴 <나는 한 그루 빈랑나무>에서는 역사적 상처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작품의 주인공은 토착 원주민들의 춤에 반해 게릴라 부대에 들어가 40여년이 넘는 세월을 밀림을 떠돌며 살아간다. 두 자식은 태어나자마자 품에서 떨어지고 남편은 전투에서 희생당한다. 작품의 도입부에서 주인공의 심경이 시적인 표현으로 나타나는데, 자신을 빈랑나무에 빗대어 표현한 내용은 주인공의 우울한 심경을 보여준다. 이러한 감정은 작가가 의도한 것이 아닌, 그들 삶 속에서 자연스레 묻어나온 것으로 보인다.

소설에는 작가의 삶, 사상, 철학 등이 녹아있다. <물고기뼈> 속의 작품들이 기이하고 어둡고 우울한 특징을 띤다는 것은 화인들이 말레이시아라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나라에서 힘겹게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참고문헌>
황진수 외 지음, 고운선, 고혜림 옮김, 《물고기 뼈》,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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