莫言은 《?高粱家族》 소설을 통해 1920년대 중반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의 중국의 근, 현대사와 ‘나’의 가족사를 번갈아 엮어가며 잔혹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온 그 시대 민중들의 삶을 노래했다. 소설 속에서 ?北? 붉은 수수밭은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를 둘러싼 수많은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발생한 장소로 자리매김한다. 그리고 수수의 바탕인 붉은색은 소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체적인 색으로서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본 비평문에서는 작가 莫言만의 개성을 두드러지게 하는 독특한 색채 표현법 중 붉은색을 중심으로 붉은색이 이야기 속에서 상징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짚어보도록 하겠다.

‘붉은색’은 생명력을 대표한다. 끝없이 펼쳐진 수수밭에서 자란 붉은 수수는 강인하면서도 불굴의 생명력을 갖고 있다. 수수는 高密?北? 민중들의 삶을 지탱해준 식량이고 그 수수로 빚어진 달달하면서도 향기로운 고량주는 ‘나’의 할머니가 짊어진 삶의 전부이기도 하다. 붉은 수수의 생명력은 일제의 잔인한 강탈과 거센 공격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민초들의 생명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붉은색’은 욕망과 야성을 대변한다. 인간의 원시적인 욕망을 표출하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핏빛 바다와도 같은 수수밭에서 하늘을 이불로 삼고 붉은 수수를 요로 삼아 대담하고도 신성한 야합을 치른다. 인간 세상의 법규를 무시한 두 사람의 욕망은 ?北?村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역사에 붉은색을 칠해놓았고 역사를 이어갈 후손을 태동시키는 증거를 남긴다.

‘붉은색’은 피와 죽음을 의미한다. 우리 집안의 중요한 인물인 ?? 큰할아버지와 ‘나’의 할머니, 그리고 수백 명 민중의 피가 붉은 수수밭을 선홍빛 바다로 더 붉게 물들여놓았다. 시뻘겋게 물들인 수수밭에는 그들의 분하고 억울하게 맺힌 영혼들이 남아 있다. 그리고 작가는 권두언(卷?言)에서 “삼가 이 책이 제 고향의 일망무제한 들판을 온통 시뻘겋게 물들인 수수밭 사이를 떠도는 영웅들의 혼과 한 맺힌 원혼들을 불러 모을 수 있기를 바라옵나이다.”라고 말했다.

‘붉은색’은 항일 민족정신을 대표한다. 수수밭은 마을 주민들의 삶을 보장하고 그들의 피로 물들어진 장소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수수밭에 몸을 숨김으로써 매복전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민중들의 민족정신의 깃든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마을 사람들이 매복하고, 혈기와 남성상을 지닌 민족정신을 지켜냈으며 특히 수없이 죽어간 주민들의 시체가 그곳에 매장된 장소라는 점에서 민초들의 꺼지지 않는 투쟁과 의지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상 몇 가지 상징적인 표현을 통해 우리는 莫言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독창적인 색채 운용법과 붉은색에 담긴 내용에 대해 더욱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된다. 붉은색은 생명력, 욕망, 죽음, 민족정신을 대변하지만 반면에 일제의 잔혹한 침략 만행이 드러나는 증거이기도 하다. 모옌은 붉은 수수밭을 중심으로 항일 매복전을 묘사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항일투쟁에 대한 의지를 붉은색과 대비시킴으로써 민중들의 용기 있는 기상과 민족의식의 숭고함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혁명의 상징인 붉은색 즉 ‘붉은 수수’는 그들 민중의 꺼지지 않는 투쟁과 의지의 상징이다. 그런 민중들의 힘은 高密?北? 민중의 상징인 ‘붉은 수수’가 함축하고 있는 어떤 원초적인 의지와 씩씩한 기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문헌: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홍까오량 가족》 (서울: 문학과 지성사, 20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