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05.24
수정일
2021.06.01
작성자
이지현
조회수
324

[비평문] 莫言,《?高粱家族》:붉은 수수와 가족, 그리고 그들의 항일에 관하여

《?高梁家族》는 노벨상 수상자인 莫言의 저작이다. 총 5편의 연작 소설을 모아 1987년에 하나의 장편소설로 출간했다. 《?高梁家族》는 제목부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반적으로 제목은 글 전체 내용을 대표하는데, 이 때문에 독자들은 수많은 곡식 중에서 왜 하필 붉은 수수가 제목에 들어갔는지, 또 제목에서 말하는 ‘가족’은 과연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될 것이다. 본고에서는 제목의 ‘붉은 수수’와 ‘가족’이 무엇인지 얘기해보고, 독자로서 이러한 궁금증을 다소 해소해보고자 한다. 아울러 《?高梁家族》의 내용이 ‘항일 투쟁’인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과연 《?高梁家族》를 항일 투쟁 소설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해보겠다.

우선 제목의 ‘붉은 수수(?高梁)’에 관해 이야기해보겠다. 다른 작물도 아니고 왜 하필 수수일까? 수수는 오곡의 하나로, 중국의 주요 식량 자원이다. 작중에서도 수수가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양식으로 등장한다. 즉, ‘수수’는 아주 흔하면서도 먹고 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곡식으로, 그 자체가 백성들을 떠올리게 한다. 뿐만 아니라 수수는 다른 작물에 비해 토양이나 기후조건을 많이 가리지 않으며, 불리한 자연조건에서도 금세 적응하고 자란다. 작중 민중을 공격하는 것은 대체로 일본군이지만, 때때로 같은 중국인인 국민당과 공산당일 때도 있다. 余占?와 백성들은 자신의 공격하는 대상이 달라지고, 환경이 바뀌어도 굴하지 않고 본인과 본인이 속한 사회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즉, 어떤 자연조건에서도 잘 자라나는 수수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가는 민중의 모습과 닮아있다. 또한 익으면 익을수록 붉은색이 되는 수수의 색은 삶의 터전을 일구고 지키는 민중의 피와 땀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 말미에 도시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나’가 붉은 수수 사이에 자란, 짧고 굵은 푸른빛의 잡종 수수를 원망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세월이 흘러, 더 이상 사람들에게 과거 붉은 수수와 같은 민초의 강인한 생명력이나 투쟁 정신 등은 사라지고, ‘가련하고 연약하고 의심하고 고집스럽고 독주에 미혹된 영혼의 아이’만 존재하게 되었음을 나타낸다. 이 역시 ‘붉은 수수’가 민중, 그리고 민초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의미한다는 증거이다.

다음으로 제목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우선 ‘가족’을 ‘부부를 중심으로 한 한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좁게 설정하고 살펴보겠다. 소설 속 ‘가족’은 꽤나 복잡한데, 어머니 戴??은 ?氏 집안에 정식으로 시집을 왔지만, 실질적으로 아이를 낳고 함께 결혼생활을 하는 것은 余占?이며, 혈연 관계는 아니지만 집안 어른역할을 하는 이는 ??大?다. 余占?에게는 둘째, 셋째 부인도 있는데 ‘나’의 아버지인 豆官은 이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렇듯, 좁은 의미에서 서술자 및 주인공의 가족은 혈연 관계를 넘어선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족’의 범위를 좀 더 확장해 ‘뜻을 함께 하는,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본다면 어떨까? 작중 다수의 등장인물들은 팔로군이니, 국민당이니 하며 세력 다툼을 하지만, 서로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데다가, 일본군 소탕시에는 한 편이 된다. 종합해보면, ‘홍까오량 가족’은 단순히 혈연관계로 이루어진 가족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중국 인민 전부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高梁家族》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莫言이 한국어판 서문에 ‘일제에 항거하던 스토리와 애정에 얽힌 스토리’라는 말을 해서인지, 아니면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큰 부분이 일본군에 항전하는 것이기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은 《?高梁家族》를 더러 항일 투쟁 소설이라 한다. 이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高梁家族》는 신식 무기와 군복으로 무장한 일본군이 얼마나 무자비하게 중국 민중들을 공격했는지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 때문에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반일감정을 느끼게 되고, 항전하는 중국 민중들의 피와 땀냄새를 상상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高梁家族》는 항일 투쟁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완벽하게 항일 투쟁 소설이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는데, 이는 소설의 실질적 주인공인 余占?가 처음부터 항일 정신을 가지고 일본에 대항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余占?이 가족과 자신이 가진 것, 그리고 자신의 지인들을 지키기 위해 참전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는 항일 전사가 된 것이지, 시작부터 어떤 숭고한 정신을 가지고 항일 투쟁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高梁家族》를 단순히 항일 소설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高梁家族》는 일반적인 항일 소설이 아닌, 민중의 애환 그리고 억압에 저항하는 생명력을 다룬 소설인 것이다.

이상으로 《?高梁家族》의 제목과 내용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았다. 살펴본 바와 같이, 제목의 ‘붉은 수수’는 민중의 끈질긴 저항 정신을, ‘가족’은 중국 인민 전체를 상징한다. 비록 소설의 제목과 내용에 관한 간단한 내용이지만, 독자가 이를 먼저 이해하고 《?高梁家族》를 대한다면, 보다 소설이 더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



■ 참고문헌 :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홍까오량 가족》, (서울: 문학과지성사, 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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