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06.12
수정일
2021.06.12
작성자
김미옥
조회수
200

[비평문] 也斯, 《后殖民食物??情》: 홍콩 사회의 다원성을 찾아서

1997년, 홍콩은 중국에 반환된 후 중국특별행정구로 지정되었고 홍콩 사회는 본격적인 포스트식민 시대에 접어들었다. 홍콩인들은 신분적 정체성과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의혹을 가지고 반환을 맞이했으며, 반환 후의 포스트식민 현상황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홍콩 중국반환 12년이 지난 2009년, 也斯는 《后殖民食物??情》 소설을 발표해 홍콩이라는 도시의 숨겨진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면서 음식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자신만의 해석을 시도하였다. 본고에서는 음식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보여주려는 포스트식민 시대 홍콩 사회의 다원성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다.

1. 인종과 신분적 다원성-‘혼종’: 소설의 첫머리에서 소개한 “완두콩과 용안을 잡종 교배해서 만든 사생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는 이름 모를 과일과 세 개의 생일을 번갈아 사용하는 ‘나’의 신분은 홍콩인들의 불확실한 정체성을 상징한다. 화자 이외의 미국인 ?杰,캐나다로 이민 갔다기 다시 돌아온 기러기 아빠 薛公,본토인 마리안과 阿素, ?美?,베트남인 윈 등 등장인물들도 이야기에 따라 주역과 보조인물로 교차되면서 정체성 또한 단일하지 않다. 그리고 그들이 가져오는 각자의 음식과 소스는 중국과 영국 사이에 끼어있는 홍콩의 역사적 현실을 연상케 하는 동시에 홍콩 식민 역사로 인한 홍콩인 신분의 다양성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불명료한 것들이 넘쳐나는 홍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 문화적 다원성-병존: 홍콩 사회의 제일 큰 특징이 바로 다원 문화의 존재인 것이다. 다원의 전제는 혼합이나 융합이 아닌 차이의 인정이다. 프랑스식과 태국식 음식의 융합처럼 음식의 혼합이나 융합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다원적인 양립을 강조하는 것은 아마도 융합이 쉽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다원적인 양립이 우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여러 인물의 음식에서 시작한 사랑의 충돌은 문화의 충돌에서 기인한다. 추구하는 문화가 다르지만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상호존중하면서 공존하라고 애쓴다. 식민지 문화와 중국 전통문화, 세계각지로부터 흘러들어온 다국적인 문화까지 병존하는 동서양 문화의 충돌 속에서 제자리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홍콩인들의 삶의 과정인 것이다.

3. 시선의 다양성-: 홍콩 반환 12년이 지난 오늘날, 홍콩인들이 홍콩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메뉴처럼 다양하다. 마리안의 아버지처럼 똑같은 프랑스 음식을 앞에 두고 아직도 왕년의 좋았던 엘리트적 품격 시절의 음식을 회고하며 식민시대를 연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해외에서 요리를 배웠지만 지역의 혼합요리를 즐기는 화자는 양립을 추구한다. 가족을 이민 보내고 홍콩으로 되돌아온 기러기 아빠 薛公은 불안과 기대 속에서 전전긍긍한다. 반환에 맞춰 프랑스나 타국에서 돌아와 보통화를 강경히 요구하거나 ?桂坊에서 오리지날 사천요리를 찾는 이주자들 또한 민족주의 지지자들이다. 홍콩의 문화 핵심이 다원이기에 이 또한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음식은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욕망으로서 음식의 선택, 요리방식, 음식의 품격은 사회의 역사, 문화의 영향을 받기에 음식은 사회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이 갖고있는 다문화적인 유동성은 홍콩 사회의 특징과 맞물리며 더 나아가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과 기억을 이어 주고 상호 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때문에 也斯는 음식을 활용해 더욱 효과적이고 구체적으로 홍콩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문제들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리고 홍콩의 식민지 역사와 음식에 대한 조명을 통해 포스트식민 시대의 새로운 홍콩에 대한 고민하고 불안해 하는 시민들의 마음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또 다르게 설명하면 홍콩의 다원적이고 다양하며, 단순히 이원론만으로 홍콩의 문화적 정체성을 요약할 수 없기에 양립하는 개방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정부에게도, 홍콩 시민에게도,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참고문헌>예쓰 지음, 김혜준·송주란 옮김,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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