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06.13
수정일
2021.06.13
작성자
최세현
조회수
228

[비평문] 也斯,《后殖民食物??情》:홍콩을 들여다보다

“홍콩 반환”. 1997년에 있었던 이 역사적 사건은 한국인인 나에게 있어, 말 그대로 ‘역사적 사건’ 일 뿐이다. 단지 책 속의 설명 몇 줄로만 홍콩 반환을 이해했고, 그 즈음의 홍콩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또 홍콩 반환을 겪은 홍콩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들의 생활은 어떠한지는 생각해 본적도, 생각해 보려고 한 적도 없었다. 그런 나에게 也斯의 소설 《后殖民食物??情》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也斯는 자신의 단편 소설들에서 ‘음식’과 ‘사랑’을 소재로, 홍콩 보통 사람들의 생활을 그려내었다. 나는 그의 소설을 통해 홍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홍콩이 어떠한 모습인지 역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홍콩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까. 홍콩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한다. 也斯의 소설을 통해 그 점을 알 수 있다. <后殖民食物??情>에서는 ‘老何’,’이사벨’, ‘마리안’, ‘앤’, ‘돌로레스’, ‘요시코’와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홍콩 본토인부터 프랑스, 일본, 마카오 등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홍콩 본토인들, 외국 국적의 사람들이 국적의 구분 없이 함께 어울리고, 생활하는 것이다. 또한 에서는 영문학 교수로 홍콩에서 20년째 생활하고 있는 미국인 ‘로저’가 등장한다. <西?魅影>에서는 어릴 적에 홍콩으로 이주한 베트남 사람 ‘윈’, 何方의 호주 동료인 ‘진’과 ‘피터’가 등장한다. <点心回??>에서는 상하이 출신인 ‘向?’이 등장한다. 또한 당시 홍콩에는 홍콩섬 출신이 아닌 사람들도 함께 했는데, 에는 툰뮨 출신인 에밀리가 등장한다. 그에 더해 에 등장하는 ‘老薛’는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다시 홍콩으로 돌아온 인물이다. 이렇듯, 홍콩은 다양한 인종과 배경의 사람이 함께 하는 사회이다.

그렇다면 홍콩의 문화는 어떠할까. 홍콩은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사회이다. 단지 동양 사람과 서양 사람이 한데 모여 생활하는 그러한 공존이 아닌, 그들의 문화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있는 그러한 동양과 서양의 공존이다. 也斯의 소설에 언급되는 음식들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点心回??>에서 ‘小雪’와 ‘惠’는 臭豆腐에 샴페인을 곁들여 먹으며 ‘臭豆腐 먹을 때 샴페인을 곁들이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죠!’라고 말한다. <后殖民食物??情>에서 ‘스티븐’은 ‘마리안’과 함께 ‘동서양 문화를 혼합한’ 음식을 먹고, 마리안은 그들이 먹고 있는 음식이 ‘광범위하게 아시아의 영향을 받아들인 신식 프랑스 음식’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들의 언어에서도 동서양의 공존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에 등장하는 중국식 두루마기를 입은 한 사람은 홍콩인의 중국어가 중국어도, 외국어도 아닌 것 같다며 그 예로, ‘士多?梨’(시-또-뻬-레이, Strawberry)라는 단어를 말한다. 또한 홍콩 사람들의 행동은 그들이 동양과 서양을 함께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는데, <后殖民食物??情>의 스티븐과 마리안은 교제를 하다가 헤어지지만, 결별 후에도 서로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고 친구로 지낸다. 마치 서양인들의 문화를 보는 듯 하다. 이러한 것들을 보면 홍콩의 문화는 동서양의 공존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인종과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하는 사회 속에서, 동양과 서양이 함께하는 문화 속에서 생활하는 홍콩인들은 어떠한 생각을 할까. 也斯의 소설은 그들이 자신들의 혼란스러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함을 보여준다. <后殖民食物??情>의 스티븐은 그의 부모님이 홍콩으로 몰래 넘어왔고 출생 증명서도 없기 때문에, 자신의 정확한 출생일을 모른다. 필요에 따라 3개의 가짜 생일을 사용하며 살아간다. 그가 일하는 가게도 낮에는 미용실, 밤에는 Bar로 바뀌는 애매모호한 곳이다. 의 老薛는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 캐나다를 찾았을 때, ‘어디가 고향이고 어디가 이국인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인물들은 번화한 도시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먹고, 그들과 사랑하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는 홍콩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也斯는 이렇듯 자신의 소설 속에 홍콩의 진정한 모습을 잘 그려내었다. 국적이 다른 사람도, 외국에서 들어온 문화도, 홍콩에서 살아가고 홍콩인과 함께 한다면 바로 그 자체가 '홍콩'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단편 소설들의 이야기 모두가 ‘홍콩’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교토를, 때로는 캐나다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서술되지만, 也斯는 그 속에 홍콩 사람들의 진짜 생활을 녹여냈다. 이러한 也斯의 소설은, ‘홍콩 반환’을 역사의 한 단락으로만 생각하고, 홍콩을 제 3의 눈으로 바라보는 현대 독자들에게 새로운 생각거리를 가져다 준다.

참고문헌: 예쓰 지음, 김혜준 송주란 옮김,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 (서울: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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