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2.11.08
수정일
2022.11.08
작성자
김소연
조회수
99

[보고서 1] '사랑'을 보여주는 두 가지 시선

시대를 타지 않고 여러 문학 작품 속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코드 중 하나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똑같이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작품이더라도 상황적 맥락이나 연출에 의하여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5일의 마중>과 <나의 소녀시대> 또한 작품 속에서 인물 간의 사랑에 대하여 표현하고 있지만, 두 작품의 연출 방식과 시간적, 공간적 배경 등에서 여러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차이점을 작품의 전체적 측면과 두 작품 속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키워드인 '헌신', '이별', '재회'의 모습이 담긴 장면들의 측면에서 설명해 보고자 한다. 또한 대만영화인 <나의 소녀시대>와 비교하여 <5일의 마중>이 어떠한 중국의 상황을 반영하는지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작품의 전체적인 측면에서, <5일의 마중>은 기억을 잃은 아내와 딸의 밀고로 수감 후 돌아오게 된 남편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통하여, 20세기 중국에서 일어난 문화대혁명의 잘못된 측면들을 비판하고 고발하고자 하는 영화의 주제의식을 드러낸다고 느꼈다. 즉, 사랑의 감정을 통하여 영화의 주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비교하여 <나의 소녀시대>는 사랑 '그 자체'가 바로 작품의 주제이다. 1990년대 대만을 배경으로 고등학생 소녀의 첫사랑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따라서 당시 대만의 자유로운 모습이 영화 곳곳에 담겨져 있다. 이에 반해, <5일의 마중>은 사회주의 이념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됨에 따라 무너지는 사회와 고통받는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매우 무겁다고 느꼈다.

<나의 소녀시대>와 <5일의 마중> 속에서는 '헌신'과 '이별', 그리고 '재회'라는 3가지의 키워드를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키워드가 드러나는 장면에도 두 영화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헌신'의 측면에서, <5일의 마중>에서는 루옌스가 기억을 잃은 펑완위를 위해 과거 자신이 펑완위에게 쓴 편지를 읽어주거나 매월 5일 기차역에서 오지 않을 남편을 함께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습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과 애틋함을 느끼게 하는데, <나의 소녀시대> 에서는 이처럼 무겁고 진중한 애틋함을 주는 장면은 찾기 힘들다. 그러나 걱정을 끼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자, 그리고 위협으로부터 전신을 보호하기 위해 구타를 당하는 쉬타이위의 모습에서 서로에 대한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면모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쉬타이위가 지닌 죄책감을 떨쳐내 주기 위하여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끝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결승선을 통과하며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전신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두 작품 속에서 '이별'과 '재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려진다. <5일의 마중>에서 이별은 당시 광기에 사로잡힌 홍위병들에 의하여, '낡은 것을 없애자'는 명목으로 반동으로 간주되어 끌려가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로 인하여 주변인들이 느낄 참혹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인물이 슬픈 감정을 느낀다는 점에서 '나의 소녀시대'와도 유사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렇지만, <나의 소녀시대>에서는 전신이 쉬타이위가 남기고 간 카세트테이프에서 그의 고백을 듣게 되고, 이후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쉬타이위와의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전환된다. 이 점에서 역시 작품이 다른 양상을 띈다고 볼 수 있다.이러한 이별에서의 차이는 재회에서도 연결된다. <나의 소녀시대>에서 두 사람은 고등학생 시절의 첫사랑이라는 추억을 지닌 채 기쁜 마음으로 재회하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지만, <5일의 마중> 속 루옌스는 수용소에서 석방된 후 기억을 잃은 완위를 마주하고 남편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 곁에 머문다. <5일의 마중>에서 재회는 루옌스가 이후 느낄 상실감과 고통의 시작인 것이다.

수업시간에 <인생>을 통하여 영화의 일부분에서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사회시스템이 무너지는 과정을 느꼈다. <5일의 마중>은 이 문화대혁명의 비극을 보다 더 자세히, 옛 기억을 잃은 펑완위와 그 옆을 묵묵히 지키는 루옌스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동시에 <나의 소녀시대>를 감상하면서 느꼈던 여름날 자유로운 청춘의 분위기가 <5일의 마중> 속 겨울날 시대 상황으로 인해 인물들이 겪는 고통의 감정과 극명하게 대조되면서, 만약 중국 대륙이 문화대혁명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이후의 상실감과 여러 사회적 부작용 대신 대만과 같은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가 보다 더 일찍 자리잡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또한 사랑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 두 작품의 제작 시기가 비슷한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5일의 마중>은 2014년작, <나의 소녀시대>는 2015년작으로 2010년대까지 문화대혁명과 연관된 영화가 등장한다는 것은 중국이 여전히 문화대혁명으로 인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중국 웹사이트에서 한국의 복식이나 한국 음식을 중국의 것이라고 하는 행위를 여러 번 관찰 할 수 있는데, 이런 행위를 하는 기저에 깔린 사고에는 자기 나라의 소프트파워에 대한 열등감이 존재하고, 이가 문화대혁명으로부터 비롯된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기 다른 문화를 공유하지만 '사랑'과 같이 보편적 가치를 함께 다루고 있는 중국에 대하여, 어떠한 배경이 존재하는지,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그 시대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중국 현대를 다루는 영화나 홍콩, 타이완, 마카오 등 주변 국가들을 다루는 영화를 더 자세하게시청하고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하여 더 논리적으로 내 생각을 펼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상 작품
1. 《5일의 마중》(2014, 張藝謀 감독, 歸來, Coming Home)
2. 《나의 소녀시대》(2015, 陳玉珊 감독, 我的少女時代, Our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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