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3.05.16
수정일
2013.05.16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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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2001.02.11.-02.17. 〈대체 누가 이겼을까?〉(쯔웨이)

대체 누가 이겼을까?


쯔웨이子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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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제약공장의 왕사장王廠長은 이즈음 마음이 다급했다. 창고에 쌓인 천만 위앤 가까운 약품들이 마치 산더미처럼 그를 짓누르고 있어서 숨도 쉴 수 없을 지경이었다. 만일 수 일 내로 판로를 찾지 못한다면 생산용 유동자금이 바닥이 나고 말 터였다. 일단 생산이 정지된다면 당장 2백 명에 가까운 직원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고.

왕사장과 판매과장, 생산주임 세 사람은 사무실에서 장장 두 시간이나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방안은 담배 연기로 가득했고, 모두의 얼굴은 잔뜩 찌푸린 채였다. 어떻게 해야만 약품 구매차 방문한 ××병원의 약제과 우과장吳科長을 뚫을 수 있는지가 그들의 가장 큰 일이요 가장 곤란한 문제였다. 난제 중의 난제라면, 이 오모라는 늙다리가 현에 도착한지는 사흘이나 되었는데, 현에서 같은 종류의 약품을 생산하는 공장 두 군데를 다 가보고 난 후에도 한 마디도 내색을 않는다는 데 있었다. 우과장의 의견에 따라 두 공장이 함께 그를 식사에 초대한 것 외에는, 가라오케니 사우나니 마사지니 하는 그 모든 것들도 그는 웃으면서 '못한다'거나 '안좋아한다'면서 사절해 버렸다. 슬쩍 '색'에 대해 암시해보기도 했지만 그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그에게 '봉투'를 내밀었더니 그는 제법 정색을 하면서 "이러시면 되겠습니까?"라고 말하면서 기어코 받지 않았다. 사흘이 지났는데 그렇다고 돌아갈 낌새도 없으면서 또 속내를 드러내지도 않았다. 도대체 이 양반의 머리 속에는 뭐가 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판매과장이 마치 신대륙이나 발견한 듯 소리쳤다. "그래! 이 양반이 가겠다는 말을 안하는 건 분명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제가 보기엔, 틀림없이 우리가 자기 생각을 알아맞힐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왕사장은 일순 얼굴이 환해졌다가 말을 다 듣고 나자 그만 다시 실망스런 표정이 되면서 험구를 해댔다. "그렇긴 뭘 그래! 바로 그 생각을 알아맞히려고 애낳기보다 더 힘들게 당신들하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요!" 판매과장이 얼른 말을 받았다. "사장님, 글쎄 들어보세요. 그게 십중팔구는 그 양반이 말했던 '만리장성 쌓기'일 겁니다." 이어서 판매과장은 전에 우과장에게 취미가 뭔지 물었던 일을 말했다. 오 과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뭐 별다른 취미는 없고 그저 친구들하고 '만리장성 쌓기'나 하면서 그럭저럭하는 거지요."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정신이 확 들었다. 문제는 이 '그럭저럭'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데 있었던 것이다.

사장은 생산주임에게 남아서 잘 준비하라고 이르고는 자신은 판매과장과 함께 급히 우과장이 묵고 있는 호텔로 갔다. 우과장은 그들을 보자마자 말했다. "금방 그 사람들을 보냈는데 또 여러분들이 오셨구먼요. 내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그 먹고 마시고 하는 거라든가 빨간 등불 푸른 등불 그런 것에 머리 쓰지 마시고 제품의 질을 높이는 데나 신경 쓰세요. 내 보기엔 아무래도 제품의 질에 문제가 있습디다." 질 이야기를 듣자 왕사장은 내심 찔끔했다. 같은 현의 그 공장과 비교해서 좀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왕사장은 얼른 얼굴에 웃음을 흘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우과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더 잘 만들도록 노력해야죠. 근데 오늘 저녁에는 일 이야기는 마시죠. 우과장님 골치 안아프게 말입니다. 우린 그저 우과장님이 심심하신 것 같아서 기분 전환이나 하시라고 '만리장성'이나 좀 '쌓으면서' 그럭저럭하려고 왔습니다. 우과장님,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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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끝마다 '과장님, 과장님'하는 데다가 마침내는 '만리장성이나 쌓자'라는 말까지 나오자 우과장의 눈이 '번쩍 뜨이고' 입이 '쫙 벌어지면서' 다리가 '절로 움직였다'.

공장의 방문객 숙소 특실에서는 밤새도록 불빛이 환했고, 밤새도록 와르륵와르륵하며 '만리장성 쌓기'를 하는 소리가 요란했고, 밤새도록 우과장의 웃음소리가 그득했다. 물론 왕사장네 세 사람은 틀림없이 밤새도록 잃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튿날 우과장은 '전리품' 한 보따리를 들고서 호텔에 자러 돌아갔다.

그 날 오후 우과장은 쌍방이 서명한 수백만 위앤짜리 물품구입계약서를 들고 병원으로 '개선'했다. 당연히 계약서에는 '내 보기엔 아무래도 제품의 질에 문제가 있습디다.' 따위의 말은 등장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한 말씀 물어보자. 그 날 밤 대체 누가 이겼을까?

 

子韋, 〈究竟是誰?了〉, 文匯報筆會編輯部 編, 《筆會文粹 1999 默守高尙》, 上海 : 文匯出版社, 2000, PP.368-369. (2001년 2월 10일  김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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