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3.05.16
수정일
2013.05.16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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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2001.03.11.-03.17. 〈어머니와 버스 타기〉(티에닝)

어머니와 버스 타기


TieNing.gif         
티에닝鐵凝(1957-    )

 

내가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내 어머니의 버스타기 습관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먼저 어머니의 직업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어머니는 은퇴하기 전까지 성악교수셨다. 어머니는 당신의 직업을 만족스러워하셨다. 아니 심지어 사랑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은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어머니의 끊임없는 지도 아래 아직 익지 않은 소리가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을 좋아하셨고,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이 국내의 상급 음악학교에 합격하여 방학 때  찾아오는 것을 좋아하셨고, 제자들이 보낸 가지각색의 카드를 받는 것을 좋아하셨다.

물론 어머니는 또 때때로 학생들에게 신경질을 내는 것도 좋아하셨다. 어머니가 신경질을 내는 것은, 어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대개 학생들이 연습 때나 곡을 다룰 때 ‘불성실’하거나 ‘멍청’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어머니가 학생들에게 신경질을 내는 것은 그냥 그럴 수도 있는 그런 일들이었다.

나는 어머니가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걸 본 적은 없지만, 가끔 집에서 수업하시는 걸 본 적은 있다. 학생들은 서서 노래하고 어머니는 피아노 앞에 앉아 반주를 했는데, 학생에 대해 불만스러우면 신경질을 내기 시작했다. 그럴 낼 때면 어머니는 손에 힘을 주어 피아노를 쳤고, 그러면 피아노 소리가 갑자기 커지면서 대번에 학생들의 노랫소리를 뒤덮어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한 번도 이런 어머니의 ‘신경질’때문에 겁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보다는 그럴수록 어머니가 교수라기보다는 오히려 피아노 앞에서 제멋대로 성질부리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그래서 때로는 뭘 그렇게 할 것까지야 하면서 속으로 웃었고.

(이하 생략)

 

 

쿤룬산에 달이 높거든

 

《쿤룬산에 달이 높거든》
스티에성 외 39인 지음
김혜준 옮김
서울 : 좋은책만들기, 2002년 5월 22일

 

 

 

* 이 작품은 위 수필집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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