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06.09
수정일
2021.06.09
작성자
김성민
조회수
155

[비평문 2] 생사를 넘어서는 끊임없는 존재의 증명욕구

주인공인 藿晨勉의 새로운 자아인 또 다른 藿晨勉 은, 그녀가 졸업을 앞둔 그 때, 마지막으로 보러 간 수감된 어머니의 자살로부터 탄생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식들에 대한 보듬음 보다 성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는 부모 아래에서 자란, 놀랍도록 기구한 그녀의 인생에서, 그녀는 자신이 겪은것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상상했다. 또다른 藿晨勉은, 그러한 기대가 반영된 존재이며, 현실의 문제를 벗어나기 위한 藿晨勉 만의 방식이 형상화 된 존재이다. 藿晨勉의 어머니는 자유로운 아버지에게 집착하다 그를 살해하고 옥중에서 자살하였지만, 또 다른 藿晨勉은 따뜻한 가정에서 부모님에게 사랑받으며 자란다. 이처럼 자신의 인생과는 반대되는 이상적인 삶을 살아온 또 다른 藿晨勉을 통해서, 藿晨勉은 자신의 인생을 관조하고 자신이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삶을 상상하고, 간접 경험하기도 하면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법과 향후 자신의 인생이 나아갈 방향을 찾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현대 중문소설 작가 22인’ 에 따르면, ???의 작품 세계는 ‘애욕의 흥망을 소임으로 삼고, 개인의 생사를 도외시하다’ 라고 한줄로 평했다. 이는 ‘沈默之島’ 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외국인의 피가 흐르는 성적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藿晨勉의 아버지와, 그에 집착하다 그를 살해하고 감옥에서 자살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애욕의 흥망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애욕의 흥망을 관찰하고 경험한 藿晨勉은,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를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 여정 속에서 藿晨勉 과 또다른 藿晨勉은 각자의 고통을 공유하고, 자아 성찰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재로는 생소한 ‘성’을 통해서 그들만의 인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 막바지에는 藿晨勉과 또다른 藿晨勉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또 다른 藿晨勉에 의지하지 않고도 생을 온전히 살아 갈 수 있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다른 藿晨勉이 탄생한 계기와 함께, 경계가 흐려지기 전까지 藿晨勉은 또 다른 藿晨勉을 통해 위로받고, 의지하며 자신이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인생을 경험하는 또 다른 藿晨勉을 자신의 모습에 겹쳐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藿晨勉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藿晨勉이 또 다른 藿晨勉에게 “넌 이런 삶을 원해?” 라고 묻자 또 다른 藿晨勉은 침묵했고, “적어도 너에게 이런 인생을 원했는지 물어봐 준 사람 정도는 있었다는걸 명심해” 라는 말을 한다. 이런 질문과 대화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누구나 한번쯤 생각 해 보는 질문이며, 누군가 이런 인생을 원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어쩔 수 없이 자문 자답의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고, 이상적인 경우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 해 주는 누군가의 존재가 큰 정답이 된다. 그런 관점에서 또 다른 藿晨勉 은,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존재가지를 증명해 줄 유일한 존재인 것이다. 이후 藿晨勉과 또다른 藿晨勉이 성적인 경험을 통해, 이전까지 모호했던 자신의 삶의 의미를 확립하는 과정을 소설에서는 보여준다. 藿晨勉의 삶의 의미와 존재를 확인하는 데 집중해서, 개인의 생사에 대해 도외시하기도 하는데, 이는 부모님의 죽음과 동생의 죽음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줄 이을 소실‘ 정도로만 표현하는 데 그치는 점이 그러한 특징을 잘 나타낸다.

또한 생명의 탄생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성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조차 생명을 도외시하는 특징이다.
藿晨勉과 또 다른 藿晨勉은, 결국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기 위해서 다른 모든 것들을 후순위로 둔다. 이는 어쩌면 藿晨勉의 부모님의 유산이며, 극단적인 그들의 삶 그 자체다.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을 원하기 마련이고, 그러한 증명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다. 藿晨勉의 기구한 인생과 경험을 통해 탄생한 또 다른 藿晨勉의 존재는, 어쩌면 가장 처절한 존재의 증명인 것이다. 현실세계에는 더 이상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줄 매개가 존재하지 않으며, 삶의 의미 또한 잃어버린 상태에 있떤 藿晨勉에게는, 오히려 자신의 존재 증명이 다른 어떤것보다 우선순위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무의식, 상상의 존재인 또 다른 藿晨勉을 만들어 내고, 그 또 다른 藿晨勉을 자신과는 전혀 상반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설정함으로써, 행복한 삶을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존재가치와 삶의 의미는 결국 현실과 다르지 않게 귀결되어 버리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현실 세계의 藿晨勉같은 삶을 살고 싶냐고 또 다른 藿晨勉에게 질문했을 때, 또 다른 藿晨勉이 침묵했던 이유와 생각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가 되어갔다.
존재란 무엇일까,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주는 이의 소실이란 어떤것일까에 대한 생각에 방점을 찍어주는 작품이고, 여전히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찾아가고 있는 삶의 의미와 인생의 방향에 대해서 어쩌면 기괴하고 안타까운 방식으로 해주는 ???의 조언이라고 느꼈다.
생사를 넘어서는 끊임없는 존재가치의 증명욕구는, 어쩌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욕구이며, 그런 욕구를 가장 기본적인 본능인 성욕을 통해서 드러내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藿晨勉과 또 다른 藿晨勉의 서로에 대한 존재 증명이 장이 바뀜에 따라 교차적으로 서술되는 방식으로 잘 드러난 훌륭한 작품이다.


[참고문헌]

1. ?침묵의 섬沈默之島?- 쑤웨이전(???)지음, 전남윤 옮김,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2. ?현대 중문소설 작가 22인?- 왕더웨이(王德威)지음, 김혜준 옮김, (서울: 학고방),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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