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06.09
수정일
2021.06.09
작성자
이채원
조회수
362

[비평문 2] 두 여자와 침묵하지 않았던 남자들

처음에는 그저 로맨스 장르의 소설인 줄 알았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그런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러더니 덜컥 주인공과 이름이 같은 인물의 또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그녀들은 끊임없이 다른 이들고 성관계를 맺는다. 사실 책을 읽은 독자라면 알겠지만 이 작품에서 ‘성관계’를 빼놓고는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인공인 晨勉과 또 다른 晨勉. 다른 듯한 이 둘에게도 성관계라는 주제는 늘 꼬리처럼 따라다니는데 그렇다면 그녀들에게 성관계의 의미란 무엇인지, 특히 《?默之?》 속에서 그녀들이 그토록 성관계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그들이 성관계를 맺었던 대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晨勉의 경우 대니와, 또 다른 晨勉의 경우 쭈와 처음 성관계를 맺게 된다. 대니는 독일에서 온 외국인, 쭈는 외국에서 돌아온 중국인이었다. 일명 외국물을 먹은 그들은 두 晨勉에게 있어서 새로운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 《현대중문소설작가22인》에 따르면 섬은 협소하고 폐쇄적인 공간으로서 사회관계의 단절과 균열을 상징한다. 그녀들이 거주했던 섬의 특수성을 생각해보면 그녀들은 보수적인 가치관을 지닌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자신들의 울타리에 갇혀 공간을 침해받지 않길 원하는 그녀들의 침묵의 섬을 깨는 것은 이성의 존재이다. 하지만 자국인과의 만남과는 달리 외국의 개방적이고 선진적인 문물을 경험하고 온 이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들은 자신의 거주지에서 해결하지못했던 자유에 대한 욕구를 해결하려 했던 것 같다. 대니와 晨勉이 사랑을 나눔에도 晨勉은 대니를 따라가지 않으려는 것을 통해 이 주장을 더욱 확실히 할 수 있다. 晨勉은 자신과 함께하자는 대니의 외침에도 또 다른 섬에서 기다리겠다며 자신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하는데 섬에서 사는 그녀들은 섬밖에서 온, 혹은 섬밖의 다른 것들을 체험하고 온 그들에게 성적인 요소가 아닌 경험적인 이유로 성적인 욕구를 느끼게 된 것 같다.

다음으로는 그녀들이 성관계를 맺으려 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현대중문소설작가22인》에 따르면 그녀들은 애욕의 흥분에 대해 끝없는 호기심과 동경심을 가지며 성관계를 일상적인 습관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녀들에게 성관계는 그저 정욕을 느끼기 위한 것인데 사랑을 통해 이루어지는 여타의 성관계와 다른 듯하다. 그녀들이 이토록 성관계에 집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를 애정 결핍으로 인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특히 남자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晨勉은 아버지와 또 다른 晨勉은 남동생과 애정을 나누지 않는다. 이들은 각각 가족 내의 남성들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하며 조금은 불안함 모습을 보이는데 그로 인해 계속해서 짧은 성적인 만남을 찾게 되고 그들로부터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려 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이들이 맺은 성관계의 결말이다. 피임하지 않았던 그 둘은 결국 임신에 이르게 된다. 보통의 경우 임신 소식을 알게 된 여성이라면 아이의 아버지를 찾아 이후의 일에 대해 상의하곤 한다. 하지만 晨勉의 경우 조금 특별한 반응으로 상황을 대처한다. 晨勉은 뱃속의 아이가 대니의 아이인 것을 알고 있지만 동성애자인 신을 찾아 그와 결혼 공증을 한다. 피임을 일부러 하지 않았던 그녀가 이러한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晨勉은 섬을 왜 좋아하냐는 대니의 물음에 너무 큰 공간은 자신에게 의미가 없다고 답한다. 섬이 그녀 자신을 의미한다면 큰 공간은 가족과 같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마지막 대사를 통해 그녀는 임신 자체에 대한 부정보다는 임신으로 인해 딸려오는 가족 관계를 부정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한다. 그녀가 원한 섬은 오로지 자신의 침묵하는 섬으로 다른 이 밖의 존재로 엮이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그녀는 계속해서 섬에 머물거나, 남자들과 성관계 이상의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작품을 다 읽게 되면 또 다른 晨勉은 결국 晨勉이 만들어낸 이상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만들어낸 이상적인 존재조차도 성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통해 그녀들에게 성관계란 사랑 행위, 욕구 충족의 행위보다는 자아 성숙의 원천과 같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랑 나눔의 행위가 아닌 성관계를 통해 자신들이 진정으로 바라던 것을 탐색하게 되고 자신들의 존재 이유에 대해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책 속의 성관계는 성(性)에 대해 찾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찾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문헌]
1) 왕더웨이(王德威)지음, 김혜준 옮김, 《현대 중문소설 작가 22인(世???: ?代小?20家)》, (서울 : 학고방, 2014.11)
2) 쑤웨이전(蘇偉貞) 지음, 전남윤 옮김, 《침묵의 섬(?默之島)》, (서울: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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