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06.09
수정일
2021.06.09
작성자
김하늘
조회수
148

[비평문 2] 平路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여성의 위치

平路는 타이완 출신의 현대 여성 작가다. 그녀는 타이완의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수리통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에는 통계 분석가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고, 언론대학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은 그녀의 작품에 다른 여성 작가들과 구분되는 ‘역동적 다채로움’을 선사했다. 이번 비평문에서 다룰 《玉米田之死》에서도 여성 작가로서의 平路를 발견할 수 있다.

, <蒙??日?>, <百??> 이 세 작품은 모두 여성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에서는 절벽에서 생을 마감하는 날의 ‘나’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매우 인색한 남자와 결혼 후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은 돈 문제에 아주 예민해서 그녀의 소비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핍박을 하며 빈정대기 일쑤이다. 작품에는 ‘가장 절망스러운 건 내 남편이다. 그는 이제껏 나를 자기 사람으로 생각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에게 반짝반짝 치장한 나를 보여 주려 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나’는 남편에게 인생의 동반자가 아니라 단지 본인의 능력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 중 하나에 불과했다. 배우였던 그녀는 죽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 본인이 어떻게 비춰질까를 생각하며 화장에 신경을 쓴다. 심지어는 조수석에는 자살 보도 기사 사진만을 위해 마련한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켈리백을 올려둔다.

끝까지 주변인의 시선만을 의식했던 주인공이 안타까웠다. 그녀의 남편은 애정 없는 결혼 생활동안 그녀의 외적인 면모에만 가치를 부여하고 이용했다. 배우라는 직업의 영향력도 있었겠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도 본인을 껍데기만 남은 사람으로 치부해버리는 것만 같아 측은했다.

다음 작품인 <蒙??日?>에서는 欣如라는 여성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의 진술과 어린 시절 경험이 교차되어 나타난다. 欣如는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친모,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양모와 친부, 젊은 시절 낙태한 자신의 아이 등의 영향으로 불안한 심리를 지니고 살아간다. 이 작품집의 해설 부분에서는 이를 ‘꿈과 현실, 기억과 현실, 환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다 결국 자기 분열에 이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딸의 방을 꾸미고 딸을 위한 옷, 화장품 등을 사다 주며 자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결국 아이는 그녀의 환상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환상 속의 딸(??)은 欣如의 딸인 듯 하다가도, 어느샌가 어릴 적 欣如의 모습과 겹쳐진다. 그녀에게 蒙??, 즉 ??는 낙태당한 아이이자 어린 시절의 欣如 자신일지도 모른다.

欣如는 기르던 햄스터의 죽음을 슬퍼하다가도 젓가락으로 햄스터의 시체를 내리찧거나, 어린 시절 소중히 다루던 인형의 눈알을 파내고 등으로 눌러 질식시키는 시늉을 하는 등 다소 섬뜩한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묘사를 연이어 나타내며 작가는 그녀가 자기 분열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百??>은 실제 인물인 宋美?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주인공인 宋美?은 蔣介石의 부인으로, 그녀는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으며 글솜씨, 화술 모두 뛰어난 여성이었다. <현대 중문소설 작가 22인>에서는 ‘한평생 그녀가 목격했던 거대한 바람과 물결에 비하자면 작금의 정객들이 내뱉는 이런저런 고함소리가 무어 그리 대단하겠는가? ??? (중략) ??? 蔣介石와 宋美?은 출신이 그렇게도 달랐지만 함께 반세기의 중국사를 창조했다.”라며 그녀를 묘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엄청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그녀의 외적인 면모였다. 그녀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어떤 장신구를 착용했는지, 어떤 부케를 들었는지에 그들은 주목했다. 미국 대통령과의 간담을 기대하고 미국으로 향했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역할은 퍼스트레이디로서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와 음식, 요리 비결 같은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蔣介石와 함께 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녀를 그저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생각했다. 그녀는 宋美?이 아니라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여동생, 누군가의 아내로 소개되었다.

여성에게 요구되는 역할이란 으레 그러했다. 에서처럼 여자들끼리 모여 차나 마시며 마작을 하거나, 미모를 가꾸며 남편의 기만 살려주면 그만. 혹은 <百??>에서처럼 얌전하게 앉아서 남성의 보조만 하는 것 그 이상의 임무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 세 작품에서의 여성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삶에 결핍, 혹은 상실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에서는 남편과의 유대감, 사랑이 부족했고 <蒙??日?>의 欣如에게는 부모의 사랑이 부족, 아이와의 이별을 경험했다. <百??>의 宋美?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떨치고 발휘할 기회가 부족했다.

<현대 중문소설 작가 22인>에서는 ‘우리의 페미니즘 학자들은 여성 작가로부터 이론의 실천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부합하는 목소리를 찾아내기에 바쁘다. 하지만 平路의 소설은 포괄적이고 잡다하며, 또 ‘담담하고 차분하다’. 그러다 보니 그녀들의 주목을 받기가 쉽지 않다.’라고 그녀의 작품을 평가한다. 欣如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페미니즘적 성격을 드러내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 여성들은 울부짖거나 소리치지 않는다. 平路는 비교적 담담한 문체로 여성의 삶을 서술한다. 또 한 여성의 삶에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얽히며 영향을 주기도 한다. 다른 작가에 비해 주목은 받지 못했으나 독특한 특징과 방식으로 平路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여성 문학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참고문헌>
王德威(왕더웨이)지음, 김혜준 옮김, 《현대 중문소설 작가 22인》, (학고방, 2014.11)
平路(핑루) 지음, 고찬경 옮김, 《옥수수밭에서의 죽음(玉米田之死)》,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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