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06.09
수정일
2021.06.09
작성자
이지연
조회수
169

[비평문 2] 채울 수 없었던 것

<채울 수 없었던 것> _ 중어중문학과 201801161 이지연


사실 이 한 권으로 작가 핑루(平路)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옥수수 밭에서의 죽음(玉米田之死)』에는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지만 그 안에 한 눈에 보이는 공통된 소재나 추구하는 가치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따로 따로 보았을 때는 그 한 편 한 편으로 볼 수 있지만 이렇듯 책으로 묶인 이야기에서 작가의 스타일 또한 일관되지 않고 단편 간의 접점도 없기 때문에 읽을수록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켈리와 나(凱莉與我)>, <모니카의 일기(蒙??日記)>, <백세 서신(百齡箋)>은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자가 본인이기도 혹은 제 3자이기도 하고 시간대도, 다루는 서사도 모두 다르지만 여성 개인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켈리와 나>에서는 자살을 기도하는 영화배우를 <모니카의 일기>에서는 어린 날 사랑받지 못한 상처와 놓아버린 아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미쳐버린 신루(欣如)를 <백세 서신>에서는 100세 생일을 앞둔 쑹메이링(宋美齡)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이 세 여인 모두 사랑받았는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릴 수 없다. 물질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았으나 어떠한 감정의 교류도 사랑도 없는 결혼 생활 혹은 가정이 얼마나 상처만 남았는가에 대해서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녀들의 마지막을 담았다고 볼 수 있는데 <켈리와 나>에서는 ‘나’의 생명의 마지막을 <모니카의 일기>에서는 정신적인 마지막을 <백세 서신>에서는 사회적인 마지막을 그린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모두 정신적인 빈자리를 물질적으로 채우고자 하였는데 첫 번째 이야기에서 자신의 사후 준비와 어떻게 죽을지 경로까지 다 짜놓은 ‘나’는 마지막으로 다른 거부들에게 시집간 유명인들을 떠올리며 ‘켈리백’을 사고 차에 오른다. 그녀는 왜 마지막으로 ‘켈리백’을 골랐을까?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물질적인 부분을 꼽을 수 있는데 사실 모니카는 모니크(MONIQUE)라는 브랜드에서 따온 이름이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놓아버린 아이의 빈 자리를 딸아이의 물건을 산다며 채우는 그녀의 모습은 슬프다기보단 광기에 가깝다. 마지막에서는 그녀의 지위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관리하고 파티를 열며 또 계속하여 인사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녀가 물질적으로 집착하는 모습까지는 보이지 않으나 그녀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이미 브랜드이다. 이렇듯 이야기에서는 갖가지 브랜드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한 가지 짚어 볼 수 있다. 옷이든 가구든 액세서리이든 명품이든 그냥 기성복이든 브랜드로서 그 가치가 있었는가? 아니, 착용자가 그에 걸맞는 품격을 갖추었는가? 그 브랜드를 사용함에도 개인의 운명과 가치는 어찌 되었는가 하는 부분들이다. 그들의 마지막을 함께한 것이 무엇이었든 간에 결국 물질은 그녀들을 행복하게 해 주지 못했다.

책을 읽으며 공통되는 부분이 없게 느껴진다고 얘기하였지만 대부분 타이완(台?)을 배경으로 하거나 그곳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또 사랑의 결핍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책의 제목이자 8편 중엔 긴 편이었던 <옥수수밭에서의 죽음>도 지극히 무료한 일상 속에서 타인의 죽음으로 결국 부부간의 사랑의 결핍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깨닫고 현재를 바꾸고자 한다. 이 책에서 사랑은 결코 행복하거나 달콤한 무언가가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이며 극단적이고 또한 일방적이다.

책의 마지막에 해설에서도 또 《현대 중문 소설 작가 22인》에서도 핑루의 소설에 ‘특색’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얘기한다. 그러나 뒤이어 특색이 없다는 것이 제재를 파헤쳐낼 혜안이나 형식을 다룰 흥미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도 얘기하고 있다. 작가보다는 언론인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다양한 소재를 그녀만의 형식으로 담아내는 모습은 오늘날에 잘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고문헌]
핑루(平路) 지음 ,고찬경 옮김, 《옥수수밭에서의 죽음(玉米田之死)》,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11)
왕더웨이(王德威) 지음, 김혜준 옮김, 《현대 중문소설
첨부파일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
다음글
다음글이(가) 없습니다.
이전글
[비평문 2] 향수는 상처로 인한 아픔이다.
최민영 2021-06-09 16:10:37.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