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06.06
수정일
2021.06.06
작성자
황영채
조회수
135

[비평문 2] 음식과 사랑 그리고 사람

중국의 문화나 중국인들의 생활과 관련된 소설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이 소설의 배경은 홍콩이다. 해설에 따르면 홍콩은 중국 대륙과 구별되는 그들만의 특징을 비롯한 홍콩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여 기존 사회에 존재하고 있던 여러 가지 현상을 다룸으로써 정체성의 탐구와 추구를 내면화한 것이라고 한다.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딱딱한 이론 탐구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홍콩 문화를 표현해 입체적으로 홍콩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에서 홍콩과 홍콩인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의 부모님이 홍콩으로 몰래 넘어왔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그 당시 시대상이 혼란스러웠음을 나는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놀랐던 장면이 있었는데 바로 홍콩의 식당에서 일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웨이터가 인종차별을 서슴없이 하는 장면이다. 이는 조간신문에도 보도된 바 있던 비백인 남성에 대한 인종 편견과 관계가 있던 것이었는데 해당 나라의 사람이 외국인에게 인종차별을 당한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 대해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과 마리안이 느끼는 감정이 정반대였는데 각자가 생각하는 홍콩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텔레비전에 반환 축하연이 방영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중국이 1997년 7월 1일부터 홍콩에 대한 주권을 다시 행사하기로 결정한 것을 기념하는 자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되게 근사한 이름이 붙여진 평범한 음식들이 등장할 때마다 두 사람은 야유했는데 그 이유는 그 음식들은 그들에게 친숙한 전통적인 일상의 음식들이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홍콩의 연예인들을 비하하는 장면에서 나는 홍콩인들이 중영공동성명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홍콩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전통음식에 온갖 거창한 명칭을 달고서 중국 전통 의상과 인민복을 입은 채로 찬양하는 것은 오히려 홍콩만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을 상실시킨 일이라고 생각했다. 홍콩인들은 홍콩에 대한 미래 불안감으로 인해 요동쳤고 사회가 혼란스러웠다는 사실을 떠올려 봤을 때 그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축하연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또 큰 감명을 받은 장면은 서로 다른 입장을 고수하다가 요리사는 민족주의적 비판에 비위를 맞추고 되는대로 쏟아내는 의견에 따라 매운맛을 모조리 집어넣는 바람에 결국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된 장면이었다. 하지만 뒤에 생일 케이크의 등장으로 다시 즐거운 생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이 장면을 통해 세상일에 대해 각자는 서로 다른 견해도 가지고 서로 언쟁을 할 수도 있는데 결국에는 같이 살아가는 것이라는 작가가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포스트식민 시대의 홍콩을 압축해 놓은 것 같은 이 구절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다음편인 <교토에서 길 찾기>에서도 홍콩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었다.
일본 여행 중 주인공은 홍콩을 떠올리며 택시기사는 가까운 거리라면 화를 냈을 것이고, 먼 거리라면 다른 표정으로 바뀔 것이니 싫고 좋고가 모두 얼굴에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일본의 특징과 홍콩의 특징을 비교한 장면으로 홍콩 사람들은 표현하는 데 있어서 되게 솔직한 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홍콩이라는 도시는 생활 리듬이 워낙 빠르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왠지 모르게 머릿 속으로 솔직한 홍콩인들과 빠르게 돌아가는 생활들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책에서 언급되는 사소한 특징들이 홍콩인들의 대체적인 특징이라고 짐작하면서 읽으니 되게 흥미로웠다.
또한, 주인공은 원래 이상주의자였지만 홍콩에서 십수 년 일하다 보니 다소 냉소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었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국제공항, 불교사당과 천주교성당, 정부 행정 부처나 민간인 시가지가 모두 가까워서 영향을 많이 받은 터라 자조적으로 변화한 모습 또한 환경에 따라 한 개인 변화하는 과정과 홍콩의 특징이 잘 드러났다고 느꼈다. 또 눈여겨본 장면은 정부가 교육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정치적 추세에 따라 중국전통문예보급센터를 세우고 정치적 인물을 고문으로 모시고, 막대한 자금으로 중국 문화 홈페이지를 만들었으며 고액의 연봉을 들어 베이징 학자를 초빙해 교재를 편찬했다는 장면이다.
현재 홍콩이 실제로 겪은 일을 드러냄으로써 홍콩에서 일하는 사람이 느끼는 바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업무 일손이 갈수록 부족해질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간접적으로 정부의 이런 시행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앞서 언급한 여러 장면들을 통해 홍콩의 문화와 특징들을 재미있게 또 흥미롭게 알게 되었다. 홍콩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잘 알지 못했던 터라 다소 낯설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지만 그들이 본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이런 문학 작품에도 그러한 생각을 써내려갔다는 사실이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비록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모든 감정을 내가 글로 표현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지만 그들의 노력과 열의는 잘 알 수 있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참고문헌
소설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 後殖民食物與愛情》, 예쓰 也斯 지음, 김혜준/송주란 옮김,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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