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06.07
수정일
2021.06.07
작성자
김현동
조회수
189

[비평문 2] 홍콩의 매력

홍콩은 매력적인 곳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곳이며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그러므로 이 열정적인 곳의 소설을 이제야 읽게 된 것은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처음으로 홍콩의 외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내적인 면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홍콩인들에 대해서 전보다 더욱 잘 알게 되었으니 이 책은 나한테 정말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럼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을 읽고 알게 된 홍콩인들의 삶과 매력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내가 느낀 홍콩인은 자유분방하다. 성별, 인종, 국적 상관없이 파티를 벌이는 모습은 흡사 할리우드나 유럽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메리칸 마인드’는 홍콩 사람들이 가진 마음가짐인 것 같다. 그리고 이들이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넘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의범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홍콩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면서도 남이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며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며 나의 생각을 소신껏 얘기하지 못하는 나에게 좋은 귀감이 되어 주었다. 이토록 홍콩인들은 자유뷴방하고 개성을 존중하기에 외국인들이 살기 좋은 곳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소설만 해도 홍콩 속 외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나왔는가. 과연 홍콩에 인종차별이 존재하기는 할까? 내 경험을 토대로 얘기하자면, 내가 예전에 홍콩을 방문했을 때 홍콩 사람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전혀 거부감이 없어보였고 우리 가족이 영어를 써서 대화를 시도했을 때 망설임 없이 그리고 막힘없이 대부분 잘 대답하였다. 이 사례만 봐도 홍콩인들이 타문화에 거부감이 잘 없단 걸 알 수 있는데, 이 책에는 그러한 홍콩인들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 그리고 홍콩인들이 동서양의 매력을 모두 가지고 있고 그 개성이 전 세계적으로 특출하다고 해도, 갑작스레 지배당하고 갑작스레 중국에 편입되어 큰 혼란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홍콩인들은 그 혼란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문화를 꽃피웠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명장면 역시 홍콩인들이 타문화를 좋게 받아들이고 외국인들과 스스럼없이 교류하는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 속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고 홍콩 사람들과 잔치를 벌이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이뿐만 아니라 소설 속 홍콩인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니 내가 예전에 봤던 홍콩영화가 몇 가지 떠오른다. 바로 왕가위의 <타락천사>와 <중경삼림>이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이야말로 정말로 자유분방해 보이는데, 패션이라든가 감정표현 모두 개성이 넘친다. 그들은 자유를 느끼지 못한다 생각하여 그렇게 표출해내는데 우리 같은 외국인들은 그 모습이 자유로워 보인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어쩌면 홍콩 반환 당시 홍콩 사람들은 자신들의 불안함과 혼란함을 감추기 위해서 그렇게 자유로워 보이는 모습을 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 속 화자의 내면도 상당히 불안해 보인다.

또한 홍콩 사람들은 개방적이다. 전 문단에서 “홍콩인들은 타문화에 거부감이 많이 없다.” 라고 말한 것에서 더 나아가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일단 그들은 외국 음식들을 정말로 잘 즐긴다. 다만 그 즐기는 것이 서양 쪽에만 치중되어 있어 좀 아쉽긴 하지만 그들의 개방성을 엿보기엔 충분하다. 그리고 홍콩 사람들은 미국의 영상문화도 정말로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계속해서 이 책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언급되고 만화가 언급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번외로, 왕가위의 영화에서도 외국 음악들이 참으로 많이 나오는데, 이 모든 것이 홍콩 사람들의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홍콩반환 때 홍콩 사함들이 느꼈을 정체성 혼란 역시 이 책이 암시한다. 외국문화, 중국문화에 모두 개방적이지만 그들은 정말로 의지할 데가 있다고 느꼈을까? 자신들은 중국인도, 영국인도 아닌 ‘홍콩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어느 때는 영국의, 현재는 중국의 지배 아래 있으니 그들이 마주한 혼란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어쩌면 그들은 그런 정체성 혼란을 벗어나기 위해서 타문화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그들은 그렇게 성공적인 ‘문화융합’을 이뤄냈으니 그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개방적인 그들도 중국 본토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적어도 이 책만 보았을 때 말이다. 어쩌면 홍콩 사람들은 홍콩인으로서의 자주성을 더욱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에 홍콩반환 당시 정치적 상황은 드러나 있지 않지만 그들의 불안한 심리는 충분히 느껴진다. 심지어 언어도 다른데, 그들은 진정 반환을 반겼을까? 내가 거듭 강조해서 말하지만, 그들이 느꼈을 불안함은 내가 차마 상상할 수조차 없다. 어쩌면 그들은 강대국들에게 휘둘리는 약소국의 입장에서 생각했을까? 그들이 홍콩이란 ‘나라’의 한사람으로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들의 자주성과 독립심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게 되었다. 바로 ‘홍콩 시위’로 말이다. 탄압을 받아가며 시위를 벌이는 그들을 나는 이 소설을 읽고 더욱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현재 정치적 상황을 잘 모르기에, 어는 한 쪽을 지지하고 말고를 다 떠나서 어쩌면 나중에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홍콩인 친구에게 따스한 위로와 공감은 전해줄 수도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홍콩 사람들의 자유분방함과 개방성에 대해 말했다. 허나 그들도 인간이기에, 완벽해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종종 그들은 거만해 보인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진 않지만, 그들의 자신감은 종종 과해 보인다. 그래서 다른 몇몇 국가를 은연중에 무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잘 굽히지 않는 것으로 책 속에서 묘사되는 홍콩인들 틈에 소심한 외국인이 끼면 잘 어울리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그들은 쾌락을 너무나도 자주, 그리고 많이 찾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이 책만 보고 그들을 판단할 순 없겠지만, 그들이 지식을 쫓기보단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이게 단순히 문화차이 때문일까? 어쩌면 홍콩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도시라서 그렇게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관광업과 서비스업이 주를 이루는 홍콩 사회에서 밝음을 잃으면 안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이 소설을 읽고 홍콩을 단순히 쾌락의 도시로 여기게 된 것은 아니다. 시종일관 과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그들에게 당황한 것은 사실이나, 그 쾌락 안엔 고통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홍콩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한편으로는 슬픈 곳이다. 그리고 에너지가 흘러넘치면서도 고통이 있는 곳이다. 이 모든 것은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 속 단편들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 그리하여 이 책으로 홍콩을 더욱 잘 알게 되었으며 한편으론 홍콩에 대해서 더욱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참고문헌
소설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 後殖民食物與愛情》, 예쓰 也斯 지음, 김혜준/송주란 옮김,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9)
첨부파일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
다음글
[평가서] 환불이 필요없는 최고의 여행사.
조인혁 2021-06-07 14:04:01.947
이전글
[비평문 2] 포스트식민주의, 모두가 함께 해결할 숙제
백민서 2021-06-07 12:52:5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