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06.16
수정일
2021.09.29
작성자
정성윤
조회수
132

[토론문 2]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홍콩의 모습

1. 이번에 감상한 작품의 제목, 작가 이름, 옮긴이 이름을 쓰세요.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 後殖民食物與愛情》, 예스 也斯 지음, 김혜준, 송주란 옮김,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9)



2. 이번에 감상한 작품에서 중국, 중국인 또는 홍콩, 홍콩인과 관련하여 가장 인상 깊었던 2편을 선택하고, 각각 그 이유를 쓰세요.

A: <튠문의 에밀리>. 작중에서 에밀리는 병든 아버지의 기운을 돋우기 위해, 평소 아버지가 즐겨 먹던 음식의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닌다.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자, 에밀리는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어떻게든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해 치료비를 모으는 모습도 언급되고 있다. 국적, 인종, 지역을 초월하여, 가족애에 대한 보편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B: <밴쿠버의 사삿집요리>. 작중 주인공 싯은 기러기 아빠로 자녀와 부인을 밴쿠버에 보낸 채, 열심히 그들을 뒷바라지하지만 정작 그 가족들에게서 인정받지 못했다. 중국 미식에 일가견이 있는 싯은 자신의 민족정체성, 즉, 한족의 음식문화를 통해 자녀와 친해지고, 또 그를 통해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한족으로서의 뚜렷한 정체성이 없는 싯의 자녀는 그러한 싯의 의도와 요리에 무관심해하며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기 일쑤였다. 과거로부터 당연하게 여겨져 온 전통에 대한 권위, 그것이 가부장으로서의 권위이든 민족정체성으로서의 권위든 상관 없이, 이들이 무너져 내린 데 대해 실망감을 금치 못하는 싯의 모습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가치관 충돌을 나타내는 듯하게 다가왔다.



3. 이 과목을 수강한 후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이전과 달리 느끼고 생각하게 된 것을 간단하게 쓰세요.

본 과목을 수강하기 이전부터 중국에 대한 감정이 ‘혐오와 편견’으로 일관되었다거나, 또는 중국 역사와 지리, 인문환경에 대해 일절 무지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이해의 폭은 상대적으로 얕았으며, 특히 중국을 소재로 한 문화콘텐츠에 대해서는 시사 관련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는 바가 없어, 중국 민중의 삶을 문학적으로 간접 체험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소설, 그리고 교수님께서 직접 찍어 보여준 사진 등을 통해 중국 민중의 삶을 상상하고, 또 우리 사정과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인간이 사는 공간’으로서의 중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4. 토론에서 다룬 가장 중요한 문제와 그것에 대한 나의 견해를 쓰세요.

1997년 반환 이후의 홍콩은 '포스트식민 사회'로 표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남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식민지배자와 피식민지배자로 나뉜 기존 식민지 시대의 문화가 서로 융합되고, 이를 통해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선 문화'를 창조해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작중 단편소설인 <튠문의 에밀리>와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에서, 각 주인공과 등장인물은 서양인과 홍콩인이 뒤섞여 어우러지고, 그들이 즐기는 식문화 또한 서로의 민족성과 인종을 초월한다.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에서 스티븐이 이상적이라 상상한 태국풍 프랑스 요리는 동서양, 또는 식민지배자-피식민지지배자 간의 간격이 허물어진 대표적인 경계선 요리에 속한다. 포스트식민은 국경에 막혀 울타리처럼 갇혀 있던 이질적 문화가 서로 융합되고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포스트식민 문화가 반드시 '융합과 탄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작중 홍콩 반환에 대하여 한족 정체성을 강조하려 하는 몇몇 중국인의 모습은 오늘날 홍콩 전역에 드리운 대륙 중국의 정치적, 문화적 족쇄를 암시하는 듯하다. 한족 문화의 관철, 표준중국어의 보급 등 중국이 홍콩에 추진하려 하는 동화책은 글로벌 세계의 시각에서 볼 때 '반동'으로도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반동 또한 식민주의가 만들어낸 민족정체성의 혼란을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도입된 것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포스트식민이 반드시 '진보적', '국제적'이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포스트식민의 여러 면모에도 불구하고, 작중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서사를 통해, 인간 본연의 심성을 엿볼 수 있다는 데 이 소설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식과 친해지고 자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권위, 아버지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 등,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됨으로써 비로소 인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포스트식민의 혼란 속에서 다시 회복하고, 또 이어 나가야 할 것은 이러한 인간성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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