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0.06.17
수정일
2020.06.18
작성자
김은지
조회수
285

[보고서 6] 朱天心, 《古都》: 작가를 통해 보는 타이완

Ⅰ 서론

식민지로 오랜 아픔을 겪고, 같은 종족인줄 알았던 국민당으로부터 억압을 받아온 토착민들은 어떠한 해방감도 느낄 수 없었다. 국민당과 민진당, 본성인과 외성인간의 갈등, 이처럼 타이완은 복잡한 역사로 인해 그들의 문화적 특수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 있으며 문학도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발전해왔다.
본래 타이완에 있었던 토착민과 대륙에서 온 외성인들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존재 할 수밖에 없었으며 타이완이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도 치열한 대립이 있어왔다. 그 가운데 외성인 2세들은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겨졌다. 朱天心은 본성인인 아버지와 외성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외성인2세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하였고 작품 속에서도 그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Ⅱ 본론
《古都》는 <古都>외 4개의 중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각의 제목은 대부분 원작이 있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차용해 왔다. 소설은 주인공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주제들로 퍼져나간다.

1. 개인의 역사

<威尼斯之死>의 화자는 작가이고 소설을 쓰기 위해 ‘베니스’라는 카페에 가게 된다. ‘오히려 내가 고민한 것은, 나의 원래 의도대로 전개하고 끝을 맺은 작품이 단 한편도 없다는 것이다. ……’, ‘원고가 끝날 무렵……그의 눈에 비친 나는 마치 쓸모없는 늙은이 같았다.’ 이처럼 시니컬한 분위기 속에서 소설의 곳곳에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독자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글이 구나 하고 믿고 있을 때 쯤, 화자가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반전을 선사한다. p48 ‘나는 그녀들 중 하나가 미래에 나의 아내가 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拉曼?志士>의 주인공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다. 갑작스러운 자신의 몸의 이상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그녀가 죽음을 준비하는 방식이 가히 분석적이다. 지갑의 신용카드에서부터 속옷의 색깔까지, 죽은 사람은 해명을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대며 저속한 동네 사당은 가지 않고 일본식 주택가의 녹음이 짙은 골목길을 지나다니기 시작한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이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건 우리는 죽음을 마주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독자가 생각하는 부분을 꼬집어 묘사함으로써 죽음, 그 자체를 오히려 해학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匈牙利之水>에서는 후각을 통해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향수라는 매개를 통해 과거에 그 냄새를 맡았던 공간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시각이나 촉각보다도 기억이라는 점에서 후각이 더 우월하다는 점이 흥미롭고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여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2. 작가를 통해 본 타이완

<第凡?早餐>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이 자본주의 상품 미학에 의해 날조된 개성화라 묘사되는 티파니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개인에서 다이아몬드의 역사로 또다시 타이완의 역사 속에서 전개하고 있다. 작가 A와의 대화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유목민족이라고 칭하며 외성인으로서 아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을 어떻게 정의 하냐는 질문에 ‘실은 만약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일본인이 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실로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인지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인지 헷갈리는 것은 차치하고 얼마나 황당하고 웃긴 대답인가! A의 질문처럼 중국 사람도, 타이완 사람도, 타이완 사람인 동시에 중국 사람도, 타이완에 사는 중국 사람도 그 어떠한 부류에도 속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싶음이 느껴졌다.

<古都>에서 주인공은 20년 전 동성애자인 것처럼 가까웠지만 졸업 후 연락이 끊겼었던 동창에게서 팩스를 받고 교토에 도착한다. 그러나 친구는 오지 않고 교토를 걸으며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린다. 원래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친구를 뒤로하고 타이베이에 도착하여 일본인 관광객인 것처럼 일본식 명칭이 표기된 타이베이의 구지도를 들고 여행을 시작한다.
세밀하고 현실감 넘치는 필체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 일제 식민통치 시절의 흔적이 남겨진 곳에서부터 국민당의 건물까지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는 타이베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자신이 믿고 의지했지만 자신이 외지 사람임을 남들한테 들켰다고 생각하며 통곡한다.

Ⅲ 결론

작품의 곳곳에서 타이완의 역사에 대해 작가가 가진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 朱天心은 개인의 소소한 기억과 감각에서 시작하여 시공간을 넘어 과거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데 능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외성인 2세로서 위치나 본성인과 외성인의 갈등, 타이완의 역사에 대해 작가의 눈을 통해 볼 수 있었다.
王德威는 ‘朱天心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특색은 시간, 기억, 역사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라고 평하며 그녀의 오래된 영혼들은 나이는 반백도 안 되면서 세상 근심은 혼자 다 한다.……그들은 너무나 고달프게 산다. 그와 동시에 백약이 무효한 현실주의자이기도 하다’라고 하였는데 어찌 나이가 그 기준이 될 수 있으랴 결국, 작가가 보는 현실이 고달프고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삶의 끝인 죽음과 행복했던 기억이 있는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과도한 경쟁과 내가 노력해도 무언가를 바꿀 수 없다는 암울한 현실이 갑갑하기 때문에 현대인의 자살률이 느는 것이며, ‘라떼는(나 때는)’이라는 한 때 자신이 잘나가던 시절을 묘사하는 말이 유행이 현재에도 유행하는 것이다.
끊임없는 대륙의 한족과 서구열강의 침입에 타이완은 지쳐있었는데 일본 식민 시대와 국민당 정권을 거치면서 지속적인 아픔을 겪어왔다. 본성인과 외성인의 뿌리 깊은 갈등이 더해지며 朱天心이라는 작가가 탄생한 거 같다. 누군가는 박혀있던 돌이 더 아프다고 굴러들어 온 돌이 어찌 아픔을 말하냐고 하지만 개인의 아픔을 타인의 기준으로 평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우리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공생할 수 있을 것이다.





* 王德? 지음, 김혜준 옮김, 《세기를 넘나드는 작가들-현대중문소설작가 22인》 , (서울:학고방, 2014)
* 朱天心 지음, 전남윤 옮김, 《고도》,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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