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0.06.17
수정일
2020.06.18
작성자
김윤지
조회수
237

[보고서 6] 黃錦樹, 《?骸》 : 마화, 그들의 뿌리는 어디인가?

말레이시아 화인 소설선 《?骸》는 총 8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말레이시아 화인 소설이다. 이 단편소설 속 작가들의 출신 국가와 스스로의 국가성 정체성은 말레이시아며 문화적 신분적 정체성은 화인이고 이들이 사용한 문학의 언어는 화문인 말레이시아 화인화문문학이 된다.(이하 화인문학)1) 8명의 작가 모두 자신들이 마화로써 살아가며 느꼈던 감정들과 역사적 체험이 고스란히 소설에 녹여냈다. 여기에 작가 자신이 경험한 것을 주인공에 투영하여 작중 인물의 감정 변화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말레이시아 화인 소설은 처음 접해봤고 다소 생소했지만 앞서 화인의 개념과 그들의 삶에 대해 짧게 강의로 배운 후라 그들의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삶에 대해 좀 더 이해하며 소설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마화들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많이 보였는데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정착지 말레이시아에 뿌리를 두어야 할지 아니면 그들의 선대 조상의 중국에 뿌리를 두어야 할지 그들도 많이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이 비평문에서는 중국에 뿌리를 두고자 했던 화인들의 모습과 말레이시아에 뿌리를 두고자 했던 화인의 모습에 대해 좀 더 논해 보려고 한다. 또 《?骸》 화인 소설선에서 전쟁과 함께 했던 화인들의 모습도 덧붙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1. 중국에 뿌리를 둔 화인
화인 청년이 항일 유격대 활동에 동참하기 위해 한밤중 홀로 집을 떠난 후 실종되어 사망처리되는 과정 속에서 큰형에 대한 과거의 기억을 안고 사는 대학교수인 주인공의 이야기 《?骸》 속에서 말레이시아의 독립 시기 거주 화인들의 불안한 신분적 정체성에 대한 묘사와 소설의 곳곳에서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나타난다. 부모님이 주인공에게 한자를 알려주는 부분, ‘中國’이라는 글자를 반드시 외우도록 하는 것, 유구한 중국 대륙의 이야기를 알려주는 것, 중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알려준 것을 통해 그리고 “그를 머나먼 또 다른 타향-타이완-으로 보내 버림으로써 시대의 광풍 바깥에서 평온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었다”라는2) 문장을 통해서 그들의 깊은 마음 한편에는 중국을 품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다 끝내는 토벌 중에 실종되어 사망하고만 이 소설 주인공의 형처럼 말레이시아 화인들에게 조국이란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고 꿈에만 그릴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2. 말레이시아에 뿌리를 둔 화인
먼 타국까지 밀려와 새로운 정착지에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화인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고 어떤 고민과 선택을 해야 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작품도 있었다. 《淸敎徒》의 “당신 저 애를 계속 華?에 다니게 해서 어쩔 작정이오? 그래도 저 애를 영국 학교에 보내지 않을 거요? 당신은 저애에게 평생토록 당신처럼 재봉 일이나 하며 살아서, 배부르게 먹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죽을 정도로 배곯지도 않는 아무 발전도 없는 삶을 살게 할 거요?3)를 통해서 주류 국민이 아닌 화인들의 말레이시아에서의 고된 삶을 간접적으로나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대물림을 후손들에게 주지 않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였는지 볼 수 있다. 결국 이 소설의 주인공 華華仔는 온전한 말레이시아 국민이 되기 위해 ‘상급 공무원’이 되는 교육과정을 선택하게 된다. 말레이시아라는 나라에 동화되기 위해 화인들이 얼마나 힘든 사투를 벌였는지 알 수 있다.


3. 전쟁과 함께한 그들
일본 점령 말레이시아는 원자재를 공급하는 주력 식민지로 전략하였는데 3년이라는 짧은 식민 역사지만 그들의 삶은 참 처참했다. 이러한 굴곡을 거친 말레이시아의 역사 속에서 화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다. 《我是一株小蒲葵》서는 중국인의 반일 감정을 자극해 많은 중국인 공산당원을 확보한 말라야 공산당에 들어가 공산 게릴라 활동에 참여하여 4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밀림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딱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말라야공산당에 들어가게 된 주인공, 딱 한 번의 선택으로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날아가 버려 참 안타까웠다. “이 세상에 전쟁과 그로 인한 화학 연기 없이, 오직 노랫소리와 무곡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4) 라는 주인공의 말처럼 전 세계에 전쟁없는 평화가 오길 바란다.


《?骸》를 통해 마화들의 삶은 어떠한지 간접적인 경험을 했다. 정치 혹은 경제적 이유로 인해서 이민이 멀리 타향으로 이주하게 된 것은 문화 정치적 명맥이 뿌리째 뽑히고 언어, 서사의 기능이 새로 출발함을 의미하는 것이지만5) 그럼에도 마화 그들은 이민 간 그들이 고국의 모어를 그리워하며 늘 뿌리를 찾고자 하는 더욱 강렬한 소망 6)이 있었던 것 같다. 마화 스스로가 태어났거나 살아가는 땅 말레이시아에서 살아가기도 참 힘들고 그들 조상의 땅 중국에서도 외면받는 현실이지만 사람과 환경의 상호 관계, 태어나면서부터 그곳에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마화들은 지금도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더 잘 살아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화인화문 소설을 통해 그들에게 더 따뜻한 관심을 가져줘야 할 때 인 것 같다.



※ 참고문헌
《물고기뼈(?骸)》, 黃錦樹지음. 고운선, 고혜림 옮김, (서울: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5)
《현대 중문소설 작가 22인 (跨世紀風華: 當代小說20家)》, 왕더웨이(王德威) 지음, 김혜준 옮김, (서울: 학고방, 2014,11)

※ 각주
1) 말레이시아 화인소설의 억압된 기억 재현과 인물창조 黃錦樹의 《?骸》를 중심으로. 고혜림 논문 p6
2) 《물고기뼈(?骸)》, 黃錦樹지음. 고운선, 고혜림 옮김, (서울: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5) p17
3) 《물고기뼈(?骸)》, 黃錦樹지음. 고운선, 고혜림 옮김, (서울: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5) p124
4) 《물고기뼈(?骸)》, 黃錦樹지음. 고운선, 고혜림 옮김, (서울: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5) p57
5) 《현대 중문소설 작가 22인 (跨世紀風華: 當代小說20家)》, 왕더웨이(王德威) 지음, 김혜준 옮김, (서울: 학고방, 2014,11), p579
6) 《현대 중문소설 작가 22인 (跨世紀風華: 當代小說20家)》, 왕더웨이(王德威) 지음, 김혜준 옮김, (서울: 학고방, 2014,11), p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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