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0.06.17
수정일
2020.06.18
작성자
박초롱
조회수
297

[보고서 6] 平路,《行到天涯》 :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사실과 허구 사이의 진실

《行到天涯, 걸어서 하늘 끝까지》는 중국의 국부와 국모인 쑨원(?文)과 쑹칭링(宋??)의 이야기를 소설로 창작한 것이다. 이 소설은 1924년 11월 30일 쑨원과 쏭칭링이 마지막 여정 중 일본 항구에서 찍은 사진으로부터 시작하여 그들이 죽음에 이르는 여정을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소설의 허구를 가미하여 서술하였다. `

- 장르의 혼재 : 소설과 역사적 기록의 혼용

"언론 종사자로서의 훈련에 힘입어 <걸어서 하늘 끝까지>는 외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많은 사료들을 제시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쑨중산과 쑹칭링 사이의 황혼의 사랑을 다시 보도록 만든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 역사적 사건, 인물 간 갈등 등은 많은 사료들을 통한 역사적 사실의 고증을 기반으로 한다.
쑨원의 이야기는 그가 죽기 3개월 전부터 시간 흐름에 따라 전개되어 쑹칭링의 이야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더 치중하였다. 반면, 쑹칭링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주로 미망인이 된 이후의 삶과 그녀를 둘러싼 염문설 등, 사랑과 욕망에 초점을 맞추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분별하기 어렵다.
도입부분과 결말에서 쑹칭링의 양녀이자 그녀가 사랑했던 비서 S의 딸 진진이 잠시 화자로 등장하지만 그 뒤로 다시 시점이 바뀐다. 시점의 변화가 과거와 허구 속으로의 진입과 현재와 사실로 돌아오는 장치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 장에서는 소설의 형식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록으로 마무리 한다.

-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미지의 상상을 통해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쑨원과 쑹칭링의 모습

쑨원은 중국 인민의 삶과 중국의 미래를 위해 수차례 혁명을 계획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 몽상가로 평가받기도 하였다. 언론과 주위사람들의 쑨원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 - “좌로 갔다 우로 갔다”, “쓸데없이 외양만 따지다가 결국 실속은 아무것도 없다”, “좌절한 애국자” “그에게 일관된 재능이 있었다면, 그건 바로 실패하고 또 실패하는 재능이다”, “수완이 졸렬하고 판단이 주도면밀하지 못하며, 남과 보조를 잘 맞추지 못하고 처신이 매끄럽지 못한 지도자” - 에 작가는 쑨원이 느꼈을 법한 감정을 상상하였다. 그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들으며 좌절하고 고뇌하며 혹여 자신이 틀린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과 죽음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밀려오는 삶의 회한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게 되는 감정이 아닐까.
쑹칭링은 영웅에 대한 흠모와 존경으로 쑨원을 사랑하며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혼을 하지만 일찍이 미망인이 되어 죽을 때까지 다시 결혼을 하지 않는다. 중국과 공산당을 위한 그녀의 노력과 헌신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나이가 많은 남자와 결혼을 하였다는 사실로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소문은 끊이지 않는다. 소설 속 쑹칭링은 사랑을 갈망하고, 젊음을 그리워하며,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평범한 여자로서의 모습이 부각되었다.

- 페미니스트의 관점으로 본 쑹칭링

부유한 자산가 집안에서 태어나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신여성인 쑹칭링은 26세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망명 중인 쑨원과 결혼한다. 이 결혼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특히 아버지와 연을 끊게 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결단을 내릴 줄 아는 여성이다.
쑨원이 죽은 후 30세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비서 S와 동료인 양싱포, 덩옌다 등과의 풍문은 쑨원의 복잡한 여자관계에 뒤지지 않는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는 정치가 쑹칭링보다는 여인으로서 그녀의 삶과 사랑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였다.
미망인이 된 후의 그녀는 국경일 등의 공식행사에서의 들러리로 서는 것에 달가워하지 않으며,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벗어나지 못하여 괴로워하였지만 쑨원처럼 역사가 자신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마음을 변치 않는 것이 그녀의 진실이었다.

- <걸어서 하늘 끝까지>는 본질적으로 시간을 되돌아보고 기억을 다시 쓰는 소설이다.

타이완의 작가인 핑루가 중국대륙의 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미지의 상상을 통해서 눈에 보이는 사실을 해석, 시간을 되돌아보고 기억을 다시 쓴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선상에서 쑨원과 쑹칭링이 죽음으로 다가가는 여정을 되돌아보며 그들의 기억이 작가의 상상을 통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작가의 기억으로 다시 쓰는 소설이지만 그것이 또한 많은 진실을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平路 지음, 김은희,이주노 옮김, 《行到天涯, 걸어서 하늘 끝까지》, (도서출판 어문학사, 2013)
王德? 지음, 김혜준 옮김, 《세기를 넘나드는 작가들-현대중문소설작가 22인》 , (서울:학고방, 2014)





첨부파일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
다음글
[평가서] 한걸음 전진할 수 있었던 문학수업
김윤지 2020-06-17 23:58:32.957
이전글
[보고서 6] 黃錦樹, 《?骸》 : 마화, 그들의 뿌리는 어디인가?
김윤지 2020-06-17 23:27:02.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