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중국, 중국 사람
China and Chinese

 

김  혜  준 KIM Hyejoon
 

중국은 현재 인구가 약 12억 5천만 명이고, 면적은 약 960만㎢로 각각 우리나라의 수십 배 크기다. 그만큼 물산도 풍부하고 구경거리도 많다.

Xiaochi_1.jpgXiaochi_2.jpg

成都의 음식경연대회. 공설운동장 외곽을 뺑돌아 시내
유명 음식점을 대표하는 가판대가 빽빽히 들어서 있다. 
 

보통 사람들은 '중국' 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를까? 아마도 중국집 짜장면이라든가 만리장성 · 자금성 따위가 아닐까? 아니면 서유기·삼국지라든가, 또는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황제의 딸' 같은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가 아닐까? 그러면서 혹시 우리는 무의식 중에 중국은 우리 나라와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지나 않을까?

Guangzhou_1.jpgShitang.jpg하지만 알고 보면 사실 중국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왼쪽의 사진들을 보자. 홍콩 옆의 광저우廣州라는 도시에서 찍은 것인데 현대식 건물에다가 식당 모습도 우리와 거의 비슷하다.
 

Huoche.jpgGongche.jpg물론 우리와 다른 것들도 있다. 중국의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종의 버스인 무궤전차(쓰추안성四川省 청두成都에서 촬영)라든가 상하이上海와 항저우杭州를 왕복하는 관광용 2층 기차 같은 것이 그렇다.
 

또 그 중에는 우리가 볼 때 좀 이상한 것도 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중국의 화장실 중에는 여기 사진처럼 문이 안달린 곳도 있다. Xishoujian.jpg 얼핏 보면 참 고약하게 생각되겠지만, 돈이 없어서 문을 안단게 아니라 일종의 생활 습관 때문에 안단 것이다. 언젠가 츠옹칭重慶에 있는 시난사범대학교西南師範大學의 현대식 도서관의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분명히 화장실 문이 달려있는 데도 학생들은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볼 일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서양 사람들은 방에 들어갈 때도 신발을 신고 들어가지만 우리는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는 것이 편한 것처럼 그 사람들은 그냥 그게 편해서 문을 안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굳어진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이상하다고? 그럼 달리 생각해 보자. 우리는 방바닥에 주저앉는 게 아무렇지도 않지만 서양 사람이나 중국 사람은 의자 생활을 하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사람은 우리처럼 맨바닥에 앉아서는 30분도 못있는다. 실제로 1985년 경 홍콩에서 중국 친구들과 한국 음식점에 갔는데, 음식이 막 나왔을 무렵 이미 대여섯 명의 중국 친구들이 온 몸이 쑤신다고 하소연을 해서 상당히 난처했던 경험이 있다. 이런 건 모두 생활 습관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바, 화장실 문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혹시 '중국 사람' 하면 웬지 모르게 지저분한 사람처럼 느끼지나 않는지? 그래서 '때놈'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은 '때놈'이란 말은 '때가 많은 녀석'이란 뜻이 아니다. 원래 '큰나라 사람'이라는 뜻의 큰 '大'자 놈 '者'자 즉 '대놈'에서 온 말이다.

하긴 중국 사람 중에는 지저분한 사람이 제법 있기는 하다. 그러나 중국 사람이 전부 더럽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좀 오해다. 몇 년 전 우리 나라의 어떤 중국전문가가 쓴 책에서 베이징의 사람들은 아무데서나 함부로 코를 푼다면서 비판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중국 사람들의 공중 도덕이나 위생 관념이 좀 부족한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베이징은 대단히 건조하고 대기 오염이 심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코가 자주 막힌다는 것을 알고 보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닐 것이다.

Changjiang.jpg Huanghe.jpg 사실 중국의 많은 지역은 우리와는 달리 물이 아주 귀하거나 아니면 물이 있어도 깨끗하지 않은 곳이 많다. 이 사진 중 앞의 것은 양쯔강揚子江(長江)이고 뒤의 것은 후앙허黃河를 찍은 것이다. 잘 보일는지 모르겠지만 사진으로 봐도 상당히 더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물이 없거나 귀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씻고 빨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그러다보니 중국 사람은 더럽다는 인상을 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물이 풍부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아주 옛날부터 목욕을 자주 하는 등 깨끗하게 살았다. 

Shangchang_2.jpg Shangchang_1.jpg 오른쪽에 보이는 이 가게는 한 시골읍 슈퍼마켓의 외부와 내부다. 아무도 더럽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되풀이 해서 말하자면 중국 사람들의 생활이나 생각이 우리와 다른 것은 자연 환경이라든가 생활 습관이 다르기 때문이지 그 사람들이 특별히 우리보다 못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한 5년쯤 전에 이창宜昌이란 곳에서 배를 타고 3박 3일Dushu_1.jpg Dushu_2.jpg 동안 양쯔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츠옹칭重慶이란 도시에 갈 때 일이다. 어떤 조그만 마을에서 배를 멈추고 잠시 쉬게 되었는데, 길거리의 작은 가게나 허름한 식당의 점원들이 일하는 틈틈이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이게 그 사진들이다. 책도 무슨 만화책이나 그런 게 아니고 무슨 무슨 '단편소설선' '세계걸작선' 같은 것들이었다.

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경제적으로 우리 나라보다 못했지만 그동안 굉장히 빨리 발전하여 여러 분야에서 우리와 경쟁하고 있다. 또 어떤 분야는 우리보다도 훨씬 앞서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우리 나라는 얼마 전에야 남의 힘을 빌어서 무궁화위성을 쏘아올렸지만 중국은 수십 년 전에 벌써 자기 힘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

그러니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중국이나 중국 사람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인상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은 것이다. 서유기나 삼국지의 나라도 아니고, '황제의 딸'이나 다른 영화에서처럼 무술이나 하면서 사는 나라도 아니고, 또 더럽고 못사는 나라도 아니다. 그냥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생활 습관이나 자연 환경의 차이로 약간 다른 나라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말마따나 '종합 국력'에서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그런 나라다.

앞으로 혹시 중국에 간다거나 중국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내가 한 말이 맞나 안맞나 확인해 보시라.

 

2000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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