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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문학의 연구와 번역
김 혜 준*
1. 머리말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했다. 한중 양국은 이로써 지난 수 십 년 간의 일시적인 단절 상태에서 벗어나서 다시금 긴밀한 관계를 회복하게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양국의 이와 같은 관계는 단순히 정치 경제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이고 복합적인 그런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흔하며, 설령 이 점을 의식하고 있다 하더라도 피상적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보자. 문화 방면의 교류를 말할 때면 대부분 영상물과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의 유행인 이른바 韓流와 漢流를 거론하거나 아니면 최근 보도에서 자주 언급되듯이 무슨 무슨 전시회나 공연회만을 입에 올린다. 물론 이런 형태역시 양국 간의 문화 교류에서 대단히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중 양국의 문화 교류는 과연 이렇게 이벤트성 행사나 상업성 교류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두 말 할 나위도 없이 전혀 그렇지 않다. 이 글에서는, 양국 간의 문화 학술 교류가 어떻게 진전되어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 것인가를 알아보는 시도의 일환으로서, 단행본 출간을 위주로 중국 현대문학에 관한 연구와 번역 상황을 살펴보는 한편 이에 관련된 몇 가지 제안 및 전망을 해볼까 한다. 이 글에서 사용한 각종 자료는 필자가 직접 조사한 것으로서, 그 기간과 방법면에서 완벽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분야의 대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2. 중국 관련 학과의 변동 상황
한중 양국이 지난 수천 년 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만큼 한국의 중국전문가는 그 수나 질에서 언제나 상당한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20세기 초 한국이 일본의 강점 하에 들어가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민의 독자적인 역량이 될 수 있는 전문가의 양성과 활동을 억제하던 일제 식민정책으로 인해, 전통적인 중국전문가 즉 한학자는 점차 노쇠해갔고 새로운 중국전문가는 제대로 배출되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일제하 중국과의 접촉이 1931년 9월 만주사변을 계기로 점차 위축되기 시작해서 1937년 7월 중일전쟁 발발 이후 거의 봉쇄됨으로써, 자연히 중국전문가의 육성 역시 더욱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이런 중에도 1926년 서울대학교(당시는 경성제국대학교)에는 처음으로 지금과 같은 의미의 중국 관련 학과가 생겼다. 그러나 상기한 환경 속에서 광복 전까지 한국인 졸업생은 겨우 9명에 불과했을 뿐이었다.1) 1945년 해방 후에도 이와 같은 사정이 나아지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점점 더 심각해져갔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 1950년 한국전쟁의 발발과 중국군의 참전, 그리고 이에 이은 양국 간의 국교 단절 등이 그 원인이었다. 1954년 외국어대학교에, 1955년 성균관대학교에 각각 중국어과와 중문과가 설치되기는 했지만, 서울대학교의 중문과는 한 해 겨우 1-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을 뿐이고, 신설된 이 두 학교 역시 매년 배출되는 졸업생의 수는 많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제법 변화가 일어난 것은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였다. 1972년 2월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중국 방문을 전후로 해서 그때까지 이른바 '죽의 장막' 속에 있던 중국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게 되었다. 그 후 중국에서 1976년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1978년 鄧小平 체재의 확립에 이은 개방과 개혁 정책이 실시되었고, 이에 따라 한국과의 접촉이 늘어나게 되면서 한국의 중국 관련 분야도 차츰 활성화되었다. 이런 사회적 변화를 보여주는 것 중의 하나가 중국 관련 학과의 증설이었다. 1972년에 고려대, 단국대, 숙명대의 세 학교에 새로 중문과가 창설되어 서울대, 외대, 성대와 합쳐 모두 6개 과가 되었고, 이후 몇 개의 학과가 더 늘어나서 1970년대 말에는 18개 과가 되었다. 1980년대는 이러한 추세가 점차 가속화되었다. 여기에는 중국과의 관계 강화라는 요소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대략 한 해 평균 4개 과씩 늘어나서 한중 수교 직전인 1980년대 말에는 대략 60개 과가 되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관련 학과는 이제 각 대학교의 필수적인 학과가 되었다. 1990년대 초에 이미 상당수의 중국 관련 학과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가세는 멈출 줄 몰라서 매년 7,8개과가 새로 신설되었다. 그리하여 내년도인 2003년도 개설 예정인 중국 관련 학과만 해도 10개 전후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을 정도이다. 현재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60여 개의 중국 관련 학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중국 관련 학과가 많다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수많은 사람이 앞으로 중국전문가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이자 동시에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많은 중국전문가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은 아마도 중국 관련 학과의 졸업생의 숫자일 것이다. 만일 한 학교의 정원을 30-40명으로 잡는다면, 매년 5,6천명의 이 분야 대학 졸업자가 배출되는 셈이다. 중국 관련 학과가 이처럼 많기는 하지만 그러나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배양해내는 측면에서 보자면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상태는 아니다. 그것은 우선 각 학과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탓에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인재를 훈련해내는 프로그램이 정비되어 있지 않고, 또 그러한 프로그램을 운용할 교수진 내지는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각 대학의 중국 관련 학과가 중어중문학과나 중국어과가 대부분이므로, 사회 각 분야에서 요구하는 중국전문가를 육성해내는 데는 구조적으로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의 생각으로는, 중국어문학의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을 위한 다수의 중심대학을 제외하고는, 변화하는 한중 관계에 맞추어서 학과의 성격을 좀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회화나 실무 중심의 중국어 학습과 중국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한편 특정 분야의 기능을 강화하는 그런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현재 문학 작품이나 서적 번역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의 번역까지 포함해서 중국어 번역은 대체로 임시성 번역자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전문적인 번역 관련 학과를 개설한다든가 또는 기존의 학과에서 전문번역가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 석박사 학위 논문과 이론서 출판 상황
상기한 바처럼 중국 관련 학과가 크게 늘어나고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하게 되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즉 기본적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중국 관련 전문가들로 성장할 수 있는 인재들이 배출되었음을 의미하며, 이와 동시에 나날이 증가하는 일반 독자들과 더불어 중문과 졸업생들 그 자체만으로도 중국 관련 서적의 기본적인 독자층을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단순히 중국 현대문학 분야에만 한정해본다면, 연구 또는 번역 능력을 갖춘 인적 자원이 상당수 배출되었음을 뜻하는데, 이와 같은 변화는 중국 현대문학 관련 학위 논문의 발표 추세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1980년 이전까지 수 십 년 동안 한국에서 나온 중국 현대문학 관련 석사학위 논문은 10편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래 표에서처럼 1972년 이후 대학에 입학한 사람들이 석사 학위를 받기 시작하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 그 수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해서, 한중 수교 이후에는 상당히 많은 수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1993년의 경우 이 분야 석사학위 논문이 28편, 박사학위 논문이 12편이나 쏟아져 나온 것은 1992년의 한중 수교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대문학 국내 석박사학위 논문 수(1)
중국 현대문학 국내 석박사학위 논문 수(2)
이러한 변화는 또 학위 논문의 숫자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논문의 대상 역시 이를 반영하고 있다. 320편에 달하는 석사학위 논문 중에서 1949년 이전의 시기를 다룬 것이 282편, 1949-1976년의 문학을 다룬 것이 2편, 1976년 이후의 신시기문학을 다룬 것이 31편, 타이완문학을 다룬 것이 6편이다. 두 말할 것 없이 1949년까지의 문학을 다룬 것이 88%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인데, 이는 학문의 특성상 연구자와 일정한 시간적 거리가 있는 대상이 주로 다루어진다는 점, 상대적으로 보아 이 시기의 문학이 그 동안 제한적 사항이 되어온 이데올로기적 충돌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점, 비교적 기존의 연구 성과도 많고 자료를 획득하기도 수월하다는 점 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1949년에서 1976년 사이의 문학에 대해서는 겨우 2편일 정도로 거의 연구가 없음에 비해 신시기문학을 다룬 것은 31편이나 된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는 그만큼 현시기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점은 이처럼 신시기 문학을 다룬 학위 논문의 발표가, 아래에서 보다시피 한중 수교 직전인 양국 간의 직접적인 내왕이 차츰 증대되고 있던 1989년에 처음으로 시작되어,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이후 꾸준하게 계속되었으며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면 그 숫자가 더욱 늘어난다는 것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신시기문학 대상 국내 석박사학위 논문 수
이상의 상황은 중국 현대문학 관련 이론서(평론 포함)의 출판에서도 나타난다. 번역서든 저작서든 관계없이 이론서는 1980년 이전까지 10권이 채 안되었다. 그런데 1980년 이후가 되면 매년 3권 내외가 출간되다가, 한중 수교를 전후한 시기로부터 그 수가 제법 늘어난다.
중국 현대문학 이론서 수 (1)
중국 현대문학 이론서 수 (2)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한중 수교 이전 만해도 대체로 기본서가 대부분이었던 데 비해 한중 수교 이후에는 비교적 전문서가 출간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이전에는 《중국 현대작가론》(黃南翔 외, 1985), 《현대 중국작가 평전》(彦火 외, 1986) 등과 같은 작가 소개류라든가, 《중국 현대문학운동사》(朱德發 외, 1989), 《중국 현대문학발전사》(黃修己, 1991)와 같은 문학사류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런데 그 후에는 《중국 현대소설유파사》(嚴家炎, 1997), 《중국 현대산문론 1949-1996》(李曉虹, 2000) 등 개별 장르의 좀더 전문적인 연구서들이 출간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번역서가 아닌 심도 있는 저작서, 예컨대 《중국 현대시 연구》(허세욱, 1992) 《중국 현대시와 시론》(한국중국 현대문학학회, 1994) 등이나 《중국 항전기 리얼리즘 문학논쟁 연구》(백영길, 1998)《중국 현대문학의 「민족형식 논쟁」》(김회준, 2000) 등과 같은 서적이 출간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한 가지 눈에 뜨이는 현상은, 석박사학위 논문과 마찬가지로 신시기문학에 관련된 이론서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인데, 예컨대 《중국 신시기문학 입문》(김양수 편역, 1995)이나 《개혁, 개방 이후의 중국 문예이론》(김종현 편역, 2000)과 같은 것이 그러하다. 더구나 놀라운 것은 중국인도 아닌 한국인에 의해 《중국 현당대문학 비평가 사전》(조성환, 1997)이 출간되었는데, 이 속에는 이미 별세한 비평가뿐만 아니라 현재 활동중인 비평가까지 6000명 이상의 비평가가 모두 망라되어 있으며, 지금도 인터넷 사이트를 활용해서 꾸준히 수정 보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2)
4. 작품 출판 상황
중국 현대문학의 동향과 작품이 한국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20년대 양백화의 번역을 통해서였다.3) 이렇게 본다면 중국 현대문학 작품 번역은, 그 동안 장기간에 걸친 침체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미 8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래의 표에서 보듯이 1960년대까지는 그 수가 그리 많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은 앞서 말한 바 양국 간의 관계가 점차 소원해지다가 결국 단절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이런 상황이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 오면 상당히 활성화되다가, 마침내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이후에는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
한글판 중국 현대문학 작품 수
작품 번역 면에서 무엇보다도 확연하게 눈에 뜨이는 것은, 위의 표에서도 보다시피, 소설 번역의 절대 우세이다. 현재 조사된 중국 현대문학 작품이 650권 가량인데, 그 중 소설이 약 450권으로, 산문, 시, 극본에 비하여 압도적인 양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인 바, 다른 장르보다는 소설이 중국인과 중국사회에 대한 호기심을 만족시켜주기가 쉽다는 점 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즉 역자나 독자는 물론 출판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소설이 우선적으로 선택되었을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이와 같은 소설의 연도별 번역 추세를 조금 더 상세히 검토해보면, 1970년 이전까지와 1970년대에는 각각 10권 남짓에 불과했던 것이 1980년대에 들어서면 점차 그 숫자가 늘기 시작해서 1980년대 후반부터는 매년 10수권이 번역되었고, 특히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1992년에는 무려 50권 가량 출판되었으며, 그 이후에도 수 년 간 해마다 30권 이상 출판되었다. 그러다가 이른바 IMF사태를 전후하여 잠시 주춤하더니 다시 증가세에 있다. 이러한 양적인 면에서의 소설 번역 추세는, 특별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 호전이 문학 방면에도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잘 나타내준다.
한글판 중국현대소설 작품 수
그런데 출판된 중국 현대소설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기에는 주목할 만한 점들이 있다. 만일 모두 합친다면 실제로는 한 권 정도의 분량밖에 되지 않는 魯迅의 소설이 계속해서 되풀이 출판되어 현재 60종 이상이 나와있고,4) 臺灣의 대중 작가인 瓊瑤의 소설 역시 40여 편에 이르는 그녀의 전작보다 더 많은 수인 75종 이상이 나와있다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소설을 합친다면 전체 번역 수 약 450권의 30%이상을 차지하는데, 비록 이들의 작품이 독자의 독서 수요나 역자의 번역 의욕에 부응한다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5) 그러나 중국 현대문학사상 훌륭한 작품이 대단히 많은 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특정 작가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다른 장르보다도 소설 장르가 월등히 많이 번역된다든가, 소설 내에서도 魯迅과 瓊瑤의 작품이 집중적으로 번역된다든가 하는 것은 일종의 편중 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데, 이와 같은 편중 현상은 다른 측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엄숙문학 작품은 거의 중국 대륙의 것에 국한되고 대중문학 작품은 주로 臺灣이나 香港 것이라는 점이다. 달리 말하자면 대중문학을 제외하면 臺灣이나 香港의 엄숙문학 작품은 별로 소개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香港의 경우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臺灣 香港의 소설 가운데 엄숙문학에 속하는 작품의 번역이 차츰 활성화되고 있는 점은 다소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한 가지 편중 현상은 1976년 이후의 작품이 거의 200권에 육박할 만큼 많은 전체 소설의 약 4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신시기에 활동한 중국의 유명 작가들 중에서 鄧友梅, 張賢亮, 戴厚英, 高行健, 古華, 阿城, 賈平凹, 劉恒, 曹文軒, 莫言, 王朔, 余華 등은 2종 이상이 출판되어 있고, 茹志鵑, 魯彦周, 宗璞, 柯岩, 白樺, 從維熙, 王蒙, 諶容, 周克芹, 陳忠實, 李存보, 梁曉聲, 張抗抗, 王小波, 盧新華, 王安憶, 趙매, 方方, 張위, 池莉, 劉震云, 蘇童 등도 모두 주요작이 출판되어 있다. 특히 최근에는 方方, 劉恒, 劉震云, 池莉의 작품을 모은 《중국 현대 신사실주의 대표작가 소설선》(김영철 편역, 2001)처럼 단순히 어느 한 명의 유명 작가 작품을 옮긴 것이 아니라 일정한 경향을 가진 작가의 작품을 선별하여 옮기는 주목할 만한 작업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런 반면에, 1949년 이전의 작품은 魯迅을 제외하면 40여 권의 약 9% 정도이고, 1949년-1976년 사이의 작품은 겨우 10여 권 남짓한 2%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사람들의 관심이 현시기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편중도가 지나치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설 분야에서 보인 특정 작가의 편중은 산문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다만 그 작가가 林語堂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필자의 조사로는 산문 전체의 번역 출판의 수가 약 170권 남짓 되는데, 林語堂의 것이 그 절반을 넘어서고, 그 중에서도 단순히 《생활의 발견》이라고 이름 붙은 책만 해도 20권이 넘는다. 특히 1980년대 이전에는 거의 절대적으로 林語堂의 작품 일색이었고,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수십 년에 걸쳐 거의 매년 몇 권씩 그의 산문집이 출판되고 있다. 林語堂의 수필이 한국에서 성행하게 된 것은 아마도 그의 작품이 이룬 성취 외에도 그가 한때 노벨상 후보로 올랐던 점, 생애 후반에는 주로 영어권에서 활동했으며 또 영어로 출판된 작품이 많았다는 점, 비공산당적 성향을 가진 작가였다는 점 등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어쨌든 그의 작품이 한국 독자에게 미친 영향을 대단히 컸고, 이런 면에서는 魯迅이나 최근의 瓊瑤와 더불어 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6) 그러나 대단히 아쉬운 것은, 魯迅, 朱自淸, 周作人과 같이 20세기 전반의 훌륭한 산문가의 작품은 그런대로 번역이 되었지만, 楊朔, 秦牧, 劉白羽와 같은 20세기 중반의 대표적 산문가들은 거의 번역되지 않았고, 20세기 후반의 산문가들도 賈平凹, 余秋雨 정도를 제외하고는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19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산문집 번역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점차 다양한 작품이 선정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약 50종의 1990년대 중국수필집 중에서, 최근 중국 사회의 변화와 중국인의 정신적 면모를 드러내주는 작품 40편을 골라낸 《하늘가 바다끝》(김혜준 옮김, 2002)과 《쿤룬산에 달이 높거든》(김혜준 옮김, 2002)이 출판된 것이 그러하다. 소설과 산문에 비하자면 중국 현대시의 번역은 대단히 부진하다.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시의 경우 겨우 30권 남짓에 불과하다. 그런 가운데도 중국 현대시 출판에서 비교적 눈에 띄는 것은 우선 《중국 현대시선》(1976)을 비롯하여 허세욱 교수가 옮긴 여러 권의 시선집들이다. 그는 연구자로서 뿐만 아니라 시인으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시를 고르거나 옮기는 데 있어서 적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艾靑과 北島의 시가 여러 권 번역되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는 그들이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과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근래에 들어와서 顧城, 傅天琳, 舒정 등 최근 시인들의 작품이 여럿 번역되었다는 점인데, 이로 볼 때 앞으로 중국 현대시의 번역이 좀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극본의 출판은 시에 비해서도 훨씬 사정이 나빠 거의 참담한 수준이다. 《뇌우/찻집》(曹우/老舍, 1989)을 비롯하여 5권 가량 밖에 안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나마 曹우의 《雷雨》,《原野》, 《日出》이 모두 번역되었다는 것이 다소 위안이 될 정도이다. 극본은 원래 읽기의 대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공연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볼 때 다른 장르에 비해 불리한 점이 없지 않다. 또 그 동안 한국의 중국 현대문학 연구자 중에서도 극문학 전공자가 적었던 것도 일정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曹우의 〈雷雨〉가 해방 직후 및 수 년 전에 되풀이 공연되어 상당히 호응을 받은 것을 생각해 볼 때 앞으로 이 분야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현재 한국에서 번역 출판된 중국 현대문학 작품은 대략 소설이 450권, 산문이 170권, 시가 30권, 극본이 5권 가량으로 모두 합쳐서 650권이 조금 넘는 숫자다. 혹시 언뜻 이 숫자만 보고 그래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실인즉 중국 현대문학의 역사나 한국에서의 중국 현대문학 번역의 역사로 볼 때는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닐 뿐더러, 그나마도 魯迅, 瓊瑤, 林語堂 등처럼 중복되거나 또는 일부 완전히 대중의 기호에만 맞춘 저급의 대중소설 등 상대적으로 번역의 필요성이 낮은 것들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상당히 부진한 숫자라고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중국 현대문학 학위 논문의 수가 석사 320, 박사 77에 이른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한국에서는 중국 현대문학 연구는 대단히 많은 데 정작 작품의 번역 소개는 대단히 적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중국 현대문학 작품의 출판은 매우 불만족스러운 상황이지만 다행히도 한중 수교 이후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간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5. 맺음말
이상에서 필자는 미흡하나마 한중 수교와 관련지어 중국 관련 학과의 변동 상황과 한국내 단행본 출간을 중심으로 중국 현대문학의 연구와 번역 상황을 검토해 보았다. 한중 수교 이후 이 분야가 대단히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더욱 큰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그 중 몇 가지만 거론해보겠다. 우선 앞에서 이미 언급했다시피. 중국전문가를 양성해내는 각 대학의 중국 관련 학과를 좀더 다양화하는 한편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에는 당연히 정부나 대학 관계자의 제도 개혁과 투자가 있어야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각 대학 중국 관련 학과 자체로서도 발상의 전환과 시스템의 개선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중국 현대문학의 연구 분야에서는, 석박사학위 배출의 경우 상기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일정한 숫자의 학문 후속 세대를 확보하는 한편 이들에게는 좀더 집중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질적 제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체제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 중국 학계와 공동으로 논문을 지도, 심사한다든가 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보아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이와 동시에 이론서의 출판까지 포괄하여 이 분야에서는 문학 그 자체를 천착하는 연구와 더불어 중국 문화라는 차원에서 더욱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학제적 연구에도 힘써나가야 할 것이다. 중국 현대문학 작품의 출판 분야에서는, 일단 그 양을 늘려나가야 할 뿐만 아니라 우수한 번역자를 양성해내는 교육 체계를 적극적으로 개발함으로써 그 질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일부 작가 편중 및 중복, 장르별 편중, 시기별 편중, 지역별 불균형 등의 현상을 시정해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상업적인 목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출판사와 주로 일과성으로 번역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번역자에게만 맡겨둘 일이 아니라고 본다. 첫째는 학계의 적극적이고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번역 추천 작품 목록을 작성하여 공표한다든가, 번역이 필요하지만 아직 되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각종 지면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개한다든가, 학계와 출판사와 공동으로 체계적인 번역을 기획한다든가 하는 것이 바로 그렇다.7) 그런데 이러한 작업은 한국내 학자들만으로 시도할 것이 아니라 중국 학자들과 공동으로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그것은 적정한 작품을 선별하는 데도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원저자와의 연락 방면에도 도움이 되며, 더 나아가서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양국 학자 또는 작가간의 교류의 기회도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정부, 공익단체, 출판계 및 학계의 인식 변화와 협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상업적 이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출판사로서는 그때그때 작품과 번역자를 선정할 뿐만 아니라, 번역료 및 원저작료를 가능한 적게 들이려고 한다든가 저작권 처리 문제를 번역자에게 떠넘긴다든가 하는 일이 다반사다. 또 능력을 갖춘 번역자가 최선을 다해 거둔 성과물을 제대로 출판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 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의 경우에는 심혈을 기울인 번역물이 아예 학문적 성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와 유사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체, 좀더 직접적으로는 각 관련 기관들의 인식 변화와 협조가 절실한 것이다. 이 짧은 글에서 양국 간의 문화 학술 교류라는 전제 하에 중국 현대문학의 연구와 번역에 관련된 모든 측면을 다 다룰 수는 없을 터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 분야에 대한 약간의 전망을 덧붙이고자 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영상매체의 영향 아래 문학 작품에 대한 관심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는 한중 양국의 문화 교류 방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서, 일반적으로 영화라든가 TV 영상물을 선호하고 문학 작품은 별로 읽지 않는 경향이 있다. 또 바로 이런 이유로 해서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의 출판업계에서는 문학 작품의 번역 출판에 소극적인 자세를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에서 이미 살펴보았듯이, 문화 교류 전반에서 점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을지 모르나, 중국 현대문학 작품의 출판이 더욱 늘어날 것임은 분명히 예상할 수 있다. 또 이론서의 출판 역시, 이미 일정한 독자층을 확보하게 된 데다가 중국과의 관계가 밀접해질수록 독자의 관심 또한 제고될 것이므로, 지금까지보다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러한 출판물들의 상업적 성공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예컨대 이욱연이 편역한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魯迅, 1991)이나 고대중국어문연구회가 옮긴 《중국 현대문학발전사》(黃修己, 1991)에 대한 독자의 호응은 그 분명한 예가 아니겠는가. 따라서 중국 현대문학의 연구와 번역을 단순히 시장 논리에만 맡겨 두지 않고 관련자들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그렇게 될 때에만 더욱 건전하고 활발한 국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6. 참고자료
1) 김혜준 고운선, 〈국내 중국 현대문학 석박사학위 논문 목록〉(2002.11.23.), http://prof.pusan.ac.kr/user/dodami/Data/KHJ_Cata_PhD.htm 2) 김혜준, 〈한글판 중국 현대문학 이론서·평론서 목록〉(2002.12.05.), http://prof.pusan.ac.kr/user/dodami/Data/KHJ_Cata_Research.htm 3) 김혜준, 〈한글판 중국 현대시 작품 목록〉(2002.12.05.), http://prof.pusan.ac.kr/user/dodami/Data/KHJ_Cata_Poetry.htm 4) 김혜준, 〈한글판 중국현대소설 작품 목록〉(2002.12.05.), http://prof.pusan.ac.kr/user/dodami/Data/KHJ_Cata_Novel.htm 5) 김혜준, 〈한글판 중국현대산문 작품 목록〉(2002.12.05.), http://prof.pusan.ac.kr/user/dodami/Data/KHJ_Cata_Prose.htm 6) 김혜준, 〈한글판 중국현대극 작품 목록〉(2002.12.05.), http://prof.pusan.ac.kr/user/dodami/Data/KHJ_Cata_Drama.htm 7) 이장우, 〈중국문학연구사 장편(15) 한국 중국문학연구의 회고와 전망〉, 《중국어문학》 제15집, 경산 : 영남중국어문학회, 1988.12, PP.503-515. 8) 김시준, 〈한국에서의 중국 현대문학연구 개황과 전망〉, 《중국어문학지》 제4집, 서울 : 중국어문학회, 1997.12, PP.1-8.
주 * 부산대 중문과 부교수. 1) 이장우, 〈중국문학연구사 장편(15) 한국 중국문학연구의 회고와 전망〉, 《중국어문학》 제15집, 경산 : 영남중국어문학회, 1988.12, PP.503-515. 2) http://www.sinology.org/ 중국학@센터 연구자정보를 참고하기 바람. 3) 양백화는 1920년 11월 《개벽》에, 1920년 9월에서 동년 11월까지 일본의 《支那》 창간호에서 3호까지 연재된 靑木正兒의 글을 번역한 〈胡適씨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문학혁명〉을 게재했다. 이어서 1927년 8월에는 유기석이 청원이라는 필명으로 《동광》에 魯迅의 〈狂人日記〉를 번역 연재했고, 1929년 1월에는 양백화가 개벽사에서 《중국단편소설집》을 번역 출판했다. 이상 김시준, 〈한국에서의 중국 현대문학연구 개황과 전망〉, 《중국어문학지》 제4집, 서울 : 중국어문학회, 1997.12, PP.1-8. 참고. 4) 魯迅의 소설 작품은 《눌喊》, 《彷徨》, 《故事新編》에 실린 것을 다 합치면 33편으로, 이를 모두 묶어 한 권으로 출판해도 될 정도의 분량이다. 5) 예를 들어 魯迅의 작품은 중국 현대문학에서도 대표적인 지위를 차지할 만큼 깊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명도도 높다. 이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는 중국 현대문학의 출발점이자 대표적인 작품을 읽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될 것이고, 역자의 입장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번역에 대한 충동을 가지게 될 것이며,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러한 수요를 고려하여 출판 의욕을 가지게 될 것이다. 6) 어쩌면 그의 산문집 번역 대부분이 영어를 저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과연 중국 현대문학 작품의 번역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이 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한국 독자에게는 그가 중국문학가로 각인되어 있고 그의 작품은 중국현대 산문으로 간주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어본은 대부분 林語堂이 중국어로 쓴 것을 영역한 것으로 예를 들면 《生活的藝術》, 《吾國與吾民》, 《京華雲烟》과 같은 산문집이 그러하다. 7) 그런 면에서 1989년 중앙일보사에서 학계와 협력하여 소설 16권, 산문 1권, 시 1권, 극본 1권, 평론 1권 등 모두 20권으로 이루어진 중국현대문학전집을 출판했던 것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
김혜준, 〈중국현대문학의 연구와 번역〉, 《'韓中關係的現在和未來'國際學術大會》, 北京 : 東國大學 中國産業經濟硏究所 北京大學 韓國學硏究中心, 2002年 12月 10日, PP.107-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