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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신문 「고전, 책장 밖으로 나오다」기고문
 

봉건 대가정의 붕괴와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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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진(1904-2005)은 웃어른들, 동년배들, 하인들 모두 합쳐서 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던 츠엉뚜의 대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스무 살에 상하이로, 스물네 살에 프랑스로 갔고, 약 2년 뒤 귀국하여 서른 살 전후부터 문학에 전념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상당한 지위를 누리기는 했지만, 이전의 아나키스트 활동으로 인해 곤란한 처지가 되기도 했다. 특히 문화대혁명 때는 가산을 몰수당하고 강제노동에 처해졌으며 공개비판을 당하는 가운데 부인까지 병사하는 등 고난의 연속이었다. 복권이 된 후 만년에는 중국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될 것으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2000년에 그 영예는 그보다 한 세대 젊은 작가인 까오싱지엔에게 돌아갔다.

〈가〉는 바진이 스물여덟 살에 쓴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쥐에신과 메이 그리고 루이쥐에, 쥐에민과 친, 쥐에후이와 밍펑 등 각각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까오씨 집안 젊은이들과 이를 불허하고 억압하는 웃어른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참극을 중심 줄거리로 하면서, 당시 중국사회에 존재하고 있던 봉건적인 관념ㆍ행위ㆍ관습ㆍ제도 등을 강력히 비판하고 그러한 낡은 것들이 결국에는 모두 스러지고 말 것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의 의도나 작품에 담긴 것은 그러한데, 오늘날의 한국 독자, 그중에서도 젊은 독자는 어떻게 반응할까?

일단 무엇보다도 재미를 느낄 것이다. 이 소설에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비극, 기성 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항이라는 이야기가 주도하면서, 군데군데 흥미진진한 많은 에피소드들이 적절히 삽입되어 있다. 그러니 마치 연속극처럼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것이다. 또 박진감 넘치는 표현이나 감정이 풍부한 문구도 있고, 세심한 묘사나 생생한 장면도 있다. 생동감 있는 인물과 기복 있는 스토리 전개도 빠지지 않으며, 다채로운 대화와 내심의 독백도 풍부하다.

물론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는 인간 집단에 존재하는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 방황과 확신, 절망과 희망, 갈등과 타협, 투쟁과 굴복, 권력과 암투, 미신과 과학, 보수와 진보 등 실로 다양한 모습과 상황들이 펼쳐지며, 당연히 독자들은 그런 것들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행동 준칙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원한다면 각종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소설에는 가정 의례, 유교 의식, 민간 신앙, 전통 관습, 명절 풍속, 민속 오락, 집안 설비 등 중국 전통 사회에 관한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수많은 사항들이 상세하고도 여실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거의 80년 전 중국에서 출간된 이 소설이 과연 오늘날 한국의 독자에게 ‘현대의 고전’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이 소설을 고전으로 추천한 분의 희망이나 나의 소개에 달려 있는 것도 아니요, 작가 바진의 메시지나 소설 그 자체에 달려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독자에게 달려 있을 것이며, 한국 사회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이 소설 발표 당시 중국의 사회 문화 상황과 현재 한국의 사회 문화 상황이 얼마나 유사한가, 이 소설을 읽던 당시 중국인의 관념체계와 지금 한국인의 관념체계가 얼마나 근접한가 하는 데 달려 있을 것이다.



김혜준, 〈봉건 대가정의 붕괴와 젊은이들〉, 《부대신문》 2007년 10월 8일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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