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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사의 중국 관련 서적에 관한 몇 가지 인상
범우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의 도서검색 프로그램을 통해 조사한 바로는, 1966년 창립 이래 33년의 역사를 가진 범우사에서 그동안 출판한 중국 관련 서적은 《논어》 《맹자》나 《삼국지》를 비롯해서 대략 30종쯤 되는 듯하다. 여기에 《천자문》이라든가 《최신 한한대사전》 등의 다소 애매한 서적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35종쯤 될 것이다. 나로서는 전혀 뜻밖이었다. 아마도 1천 종이 훨씬 넘을 범우사의 전체 출판물의 양을 감안할 때 그 수가 너무나 적었던 것이다. 특히 작가별 세계문학선에는 모두 94건이 등록되어 있었는데 중국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겨우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 1종뿐이었고, 범우세계문예신서에는 모두 67건이 등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련 서적은 전혀 없었다. 더 나아가서 이들 출판물의 분야·수준·성격과 출판 연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자니, 어쩌면 중국 관련 서적에 관한 한 그간 무계획적으로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선정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요컨대 중국학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대단히 아쉽게도 범우사의 중국 관련 서적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범우사의 중국 관련 서적은 그런 가운데도 약간의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문학작품 또는 경서류에 속하는 서적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35종 중에서 전자에 속하는 서적이 10종, 후자에 속하는 서적이 8종으로 대략 절반에 이르고 있으며, 그 외 이에 준해서 읽을 수 있는 서적까지 포함한다면 이 수는 더욱 늘어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고대와 현대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외형적인 수치는 비슷하지만 사실상 고대에 좀더 치중되어 있는 듯하다. 고대의 경우에는 비교적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인상을 주는 반면에, 현대의 경우에는 산발적인 데다가 펄벅의 몇몇 작품과 같이 중국과 직접적 연관성이 좀 덜한 경우가 눈에 뜨이기 때문이다. 셋째, 일시적인 유행을 전적으로 도외시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런 대로 이른바 스테디셀러를 다소 중시하는 듯하다. 그것은 고대 부문에서는 경서류의 출판이 많고 현대 부문에서도 국내에서는 꾸준하게 일정한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과 같은 서적이 포함되어 있어서이다. 이런 전반적인 구도에서 본다면, 몇 년 전에 펴낸 《중국 혁명론》(모택동 외), 《실천론 외》(모택동 외), 《등소평 문선》(등소평)이라든가 앞으로 펴낼 예정이라는 《모택동 선집》(모택동)은 약간 예외적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책들도 그 수는 많지 않을지라도 지속적으로 어느 정도의 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것들이다. 즉, 학술적인 면에서 일종의 자료로서 활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중국을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도 필요한 서적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책들이 특정한 관심의 고조기가 지나가고 나면 상대적으로 독자의 수가 한정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범우사가 이런 서적을 펴낸 것은 사실 상당히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각도를 조금 달리 해서 본다면 아쉬운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반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중국의 현상황을 알려주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1970년대
초 당시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인식 및 정책의 단편들을
보여 주었던 《미국과 중공》(바네트 외)이라든가, 언론인인
저자가 1984년 50년의 시차를 두고서 1934년의 중국 홍군의
대장정 길을 직접 답사함과 동시에 중국 고위 지도자들과
인터뷰한 것을 토대로 한 《대장정 - 작은 거인 등소평》(해리슨
E. 솔즈베리)과 같은 서적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현대
중국, 특히 1949년 이후 중화인민공화국 통치하의 중국에
대해 거의 무지의 상태에 있었던 당시의 독자들로서는 참으로
반가운 책이었다. 하지만 이 두 서적은 또 그 자체로서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비교적 개별적인 정보 내지는
개인의 주관적인 정서가 강하게 배어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현대 중국의 모든 것에 목말라 하던 당시의 독자들에게,
당장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일시적인 효과는 있었지만
좀더 체계적이고 전반적인 중국의 모습을 보여 주지는 못했던
것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되돌아본다면 그때 범우사가 이런
방면에 좀더 유의했더라면 더욱 좋았지 않았겠나 싶다. 만일 범우사가 차후에도 계속해서 문학 작품을 중시하겠다면, 최근의 또는 대표적인 중국 현대문학 작품의 출간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범우사가 출판한 중국 현대문학 작품은, 근본적으로 그 수가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대표성을 가질 만한 작품도 겨우 1920년대 노신의 소설 《아Q정전》과 주자청 등의 수필집 《아버지의 뒷모습》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 출판된 중국현대문학작품의 전반적 상황과도 관련되어 있다. 필자의 조사로는 현재 우리나라에 출판된 중국현대소설 작품은 300 종이 조금 넘는다. 그런데 그중 다 합쳐봐야 한 권 분량인 노신의 소설 전작이 형태만 달리 해서 무려 50 여 종이나 중복 출판되었고, 또 대만의 통속소설 작가인 경요의 소설은 중복 출판을 포함해서 모두 60 여 종 출판되었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우리나라에 꼭 소개해야 할 수많은 작품들이 아직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이다. 만일 범우사가 문학류와는 별도로 현대 중국의 정보를 알려주는 출판물에도 관심을 갖겠다면, 전반적인 기조부터 새롭게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현재까지 범우사가 출판한 현대 중국 관련 서적은, 문학 작품을 제외할 때, 앞서 언급한 자료적 성격의 것과 시사적 성격의 것 및 《중국현대문학발전사》(황수기)와 같은 학술적 성격의 것이 있다. 이를 어떤 식으로 꾸려 나갈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성찰은 분명 범우사의 전통과 발전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범우사 나름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범우사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선택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여겨진다. 예컨대 비교적 시사성이 있으면서도 학술적 가치도 있는 서적에 주목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범우사의 책들을 보면서 성장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범우사의 책을 접하게 될 독자로서, 그리고 현재 중국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어떤 방식이 되든 간에 범우사가 중국 관련 분야에서 보인 기왕의 부진(?)으로부터 벗어나서 좀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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