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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에 서서
대학 입학, 마치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유일한 목표인 양 강요되고 있다. 왜 이토록 대학 입학이 중요한 걸까? 간단하다.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는 대학을 나와야만, 그것도 소위 명문대학을 나와야만 살아가는데 유리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좋은 평가, 좋은 직장, 좋은 지위, 좋은 배우자, …… 이 모든 것에 필수적이라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은 과연 그런 것들을 제공하기 위한 곳일까? IMF라는 말로 대표되는 경제적 난국이 모든 분야에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다. 대학 역시 예외가 아니다. 관계 당국과 대학의 행정 책임자들은, 전자의 대학 총장과 마찬가지로, 이를 내세워 주로 경제성(?)에 입각한 듯한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그리고 대동소이한 내용의 이른바 교육 개혁, 대학 구조 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기업의 공채가 거의 없으리라는 예상 때문에 불안해하고, 그 때문에 더욱 더 취업 대비에 매달린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덜 실용적으로 보이는' 과목이나 학문 분야는 마치 불필요한 심지어는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대체 학문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우리 교수들과 학생들, 그리고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갈등이 일어난다. 학생들에게 하는 말들이 모두 공연한 소리 같기만 하다. '졸업 시점만 생각하지 말고 먼 장래를 내다 보라.' '젊은이들의 새로운 사고와 넘치는 활력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진전시켜주는 중요한 힘이다.' '이론과 실천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문학은 장식품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다.' 등등. 하지만 당장 자신부터 설득하기가 어렵다. 왜 외국어만 가르치지 않고 구태여 문학을 가르치려고 하는가? 왜 전공이랍시고 하필 문학을 연구하는가? 결국은 다 아는 이야기 몇 마디로 위안을 해본다. 대학이란 직업훈련소나 학원이 아니다.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광범하고 정치한 응용 방법을 교수·연구하며, 국가 및 인류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부산대학교 학칙) 곳이다. 따라서 교수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다. 하지만 답답하기는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고민이 남는다. 대체 우리의 학생들에게 무엇이 최선이란 말인가?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억눌린 그러나 강렬한 어떤 것이 치밀어 오른다. 외치고 싶다. 다양하고 복잡다단한 인간 활동을 어찌 몇 가지 단순한 기준만으로 재단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의 삶이 어찌 꼭 눈으로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그런 것만으로 이루어진단 말인가? 그리고, 제대로 된 여건을 만들어주지도 못하는 기성세대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우리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그들의 아이디어와 열정과 능력이 기존의 체계 속에서 수용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불만과 침체의 늪에 빠지지 말기를, 오히려 기성의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참으로 소용되고 적합한 그런 형태로 발휘되기를. 그 무엇보다도 그들이 그들만의 길을 가기를. 어디 세상에 처음부터 길이 있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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