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

김  혜  준  KHJ

 

《중국현대산문사》《중국현대산문사》
林非 지음,
김혜준 옮김,
서울 : 한국학술정보, 2007.07.15.

《중국현대산문사》《중국현대산문사》
林非 지음,
김회준 옮김,
서울 : 고려원, 1993.12.01.

 

옮긴 지 10여 년이 지난 이 책을 다시 출간하게 되어 옮긴이로서는 기쁘기도 하고 염려스럽기도 하다. 이 책이 우리나라 독자에게 그간 도움이 되었고 또 앞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참으로 흐뭇하다. 다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원저가 가진 학술적 한계라든가 번역이 지닌 시대적 부조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사뭇 걱정이다. 아무쪼록 이 책이 가진 미덕이 훨씬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할 따름이다. 전체 원고를 꼼꼼히 검토하면서 일부 문구를 이즈음에 맞게 수정해준 부산대학교 중문과의 문희정과 이 책의 편집 등 일체의 일을 맡아준 한국학술정보의 이명란 님에게 감사한다.

 

2007년 5월 24일 옮긴이 김 혜 준

 

 

한중 두 나라 사이의 국교 수립이 오늘로서 꼭 1년이 되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국교 수립을 계기로 비단 외교、정치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관계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현대 중국에 대해 크나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자연히 중국과 관련한 정보 역시 각종 언론 매체, 출판 매체 등을 통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중 상당수가 그저 단편적 지식이나 인상의 나열 아니면 수용자의 일과적 흥미에만 영합하는 것에 불과하며 심지어 어떤 것은 심각한 왜곡의 상황마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분야에서 공통되는 것으로 생각되며 중국 현대문학 부문 역시 예외가 아닌 듯하다. 예를 들면 흥미 본위의 싸구려 글이 문학성 높은 작품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정치적 인물의 아무런 성취도 없는 글이 대단한 작품으로 포장된다. 이는 단순히 중국 현대문학에 대한 그릇된 인상을 갖도록 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현대 중국 및 중국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됨으로써 결국 우리의 국익은 물론 한중 양국 간의 우호선린에도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본다면 대학에서 중국어문학을 배우는 학생들의 학습을 위해서나, 일반인들의 정확한 인식을 위해서나, 학문적으로 신뢰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중국 현대문학에 대한 우리말 서적의 출판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간 양국 간의 소원했던 관계를 반영하듯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중국 현대문학 관련 서적은 일부 소설과 시 작품의 번역물을 제외하면 불과 몇 권의 중국현대문학사 계통의 서적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 기존의 중국현대문학사는 모든 사항을 두루 다루고 있는 것이어서, 예컨대 중국의 현대 산문이나 현대 연극과 같은 부문에 관한 서적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해야 할 형편이다. 더 나아가 중국현대문학 전문학자의 수와 연륜 등을 생각해 볼 때 이에 관한 우리의 독자적 저술은 앞으로도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어느 정도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서적의 번역으로 당장의 갈증을 해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여겨지며 이런 점에서 옮긴이는 林非, 《中國現代散文史稿》, (北京: 中國社會科學出版社, 1981.4)의 번역을 작정하였다.

지은이 린훼이林非(1931~ )는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소속의 명망 있는 중국 현대문학 연구자이자 산문가이다. 중국이 이른바신시기에 들어선 후 그는 《루쉰 전기 사상 발전사魯迅前期思想發展史略》, 《현대 60인 산문 독서기現代六十家散文札記》 등을 연이어 출판함으로써 학자로서의 명망을 확정짓는 한편 잇달아 많은 산문작품을 발표함으로써 산문가로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의 이 같은 학술 연구 및 창작 활동의 병행은 1980년대 중국 학술계와 문학계에서 ‘린훼이현상林非現象’이라는 말로 일컬어질 정도였다. 본서는 《현대60인 산문 독서기》의 뒤를 이어 중국 현대산문 연구 분야에서의 그의 학자적 능력을 재확인시켜 준 저서로 그 폭 넓은 시야와 깊이 있는 분석 및 독자적인 관점과 생동적인 서술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많은 작가、작품을 언급하면서도 시종일관 지은이의 엄격한 학문적 관점을 유지함으로써 다양성과 일관성의 통일을 이루었다. 특히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개혁과 개방이란 말로 대표되는 최근 중국의 새로운 사회 상황과 더불어, 작가나 작품 그리고 갖가지 문학현상에 대하여 가능한 그 문학적 성패와 현상 자체에 근거한 객관적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서를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옮긴이는 특별히 다음 두 가지에 유의했다. 첫째, 될 수 있는 대로 원저에 충실하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의 융통성을 두었다. 지은이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언급한 바처럼 그 후에 상당한 변화와 발전이 있기는 했지만 격변의 시기에 태어난 것이었기 때문에 이 책에는 어쩔 수 없이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다. 게다가 지은이 자신이 중국의 학술을 대표하는 중국사회과학원 소속의 학자이므로 중국의 공식적인 입장과 전혀 별개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지은이의 글을 곧이 곧대로 우리말로 옮기기에는 곤란한 부분도 없지 않았고 바로 이 같은 부분은 지은이의 동의하에 옮긴이가 약간의 손질을 가하게 된 것이다. 예컨대 중국 현대산문사와 필연적인 관계가 없다고 판단되는 일부 지나치게 직접적인 정치 노선에 관한 언급이 바로 그러하다. 둘째, 아직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그리 익숙하지 않겠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한자를 사용해 옴으로써 빚어진 중국어 문자로서의 한자와 우리말의 또 다른 표기수단으로서의 한자 사이의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본서에서 출현하는 한자는 모두 중국어 문자로 간주하였다. 그리고 인명、지명、작품명、문헌명 등에 대한 원문 표기는 각 장 별로 처음 등장할 때만 해 주었는데 다만 생졸년과 함께 등장하는 인명의 경우는 이와 관계없이 중복해서 표기해 주었다. 또한 독음 면에서 외국어의 번역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인명、지명 등은 모두 중국어 음을 따라 표기하였다. 그 표기법으로는 실제 음과의 상당한 괴리라든가 단음절이 다음절로 표기된다든가 하는 불만스러운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더 좋은 대안이 없음으로 해서 일단 「최영애-김용옥 표기법」을 사용하였다.

본서의 한국어판을 승낙하고 한국어판 서문까지 써 주신 지은이 린훼이 선생께 감사한다. 또 원고 정리를 도와준 부산대학교 중문과의 구희경에게 감사한다. 끝으로 옮긴이의 치밀하지 못함으로 인해 생긴 오류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의 이해와 질정을 구하는 바다.

 

1993년 8월 24일 옮긴이 김 혜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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