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


김  혜  준

 

하늘가 바다끝
《하늘가 바다끝》
스티에성 외 39인 지음
김혜준 옮김
서울 : 좋은책만들기, 2002년 5월 22일

쿤룬산에 달이 높거든
《쿤룬산에 달이 높거든》
스티에성 외 39인 지음
김혜준 옮김
서울 : 좋은책만들기, 2002년 5월 22일

 

 

영상매체의 영향 아래 문학 작품에 대한 수요가 저조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특별하게도 중국에서 수필만큼은 전혀 위축됨 없이 작품의 성취와 독자의 호응 양면에서 오히려 전보다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 중국 수필이 거의 소개되지 않은 듯하다. 우선 그 수도 그리 많지 않은 데다가 그나마도 대부분을 20세기 전반에 활동한 작가의 작품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옮긴이는, 작품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대중성에서도 상당한 호응이 있었던 약 50종의 중국수필집 중에서, 최근 중국 사회의 변화와 중국인의 정신적 면모를 잘 드러내주는 작품 40편을 직접 가려 뽑았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그 문학적 성과를 고려해 볼 때 대단히 아쉽게도, 한두 작품을 제외하고는 아직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다. 창작기법면에서는 있는 사실을 대화하듯이 서술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 외에도 상징·암시·변형·이미지·몽환·의식의 흐름·부조리 등의 수법을 응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한 것도 있고, 내용면에서는 개인의 일상사에서부터 사회적 주제나 인간의 생명 의식을 탐구한 것까지 또 서정적인 것에서부터 논변적 철리적인 것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분량면에서는 중국어 원문으로 불과 한두 쪽 짜리에서 거의 30쪽에 이르는 것까지 있다.

각각의 작가들은 단순히 신변 잡기적 수필 쓰기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모두가 문학적 수필 쓰기를 목표로 하는 이들이다. 연령별로는 원로작가에서부터 신진작가에 이르기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고, 성별로는 남성 작가와 여성 작가가 각각 2/3와 1/3을 차지한다. 그 중에는,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문학의 소생을 알린 작가 리우신우, 이른바 '린훼이 현상'을 불러일으켰던 수필학자이자 수필창작가인 린훼이, 수필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뛰어난 성취를 보인 훵지차이, 철학적 사고와 치열한 문체로 수필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스티에성이 들어 있다. 또 서정적 수필로 이름이 높은 야오산삐, 참신한 문체와 감각으로 주목받는 신예작가 자오메이와 치우산산, 여성의 존재 의식과 지위 문제를 파고드는 한샤오후이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저명한 홍콩의 학자수필가 샤오쓰라든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지닌 타이완 전업수필가 쿠링 등도 포함되어있다.

다만 이 자리에서 밝히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옮긴이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옮긴이는 스티에성의 〈나와 지단 공원〉이 가지고 있는 그 정묘한 예술적 성취를 도저히 재현해낼 수가 없었다.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작가가 짜나가는 그 철리적인 상념, 소리와 색깔과 심지어 분위기로 엮어나가는 그 아름다운 정경, 침울한 듯하면서도 비관적이지 아니하고 긍정적이면서도 들뜨지 아니하는 그 미묘한 정서,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풍부하고 함축적이며 음악적이자 회화적인 그의 중국어와 중국문자, …… 어쩌면 이를 다른 언어로 옮긴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령 '번역은 재창조'라는 말이 사실이어서 옮긴이에게 언어의 경계를 넘어설 능력이 있었다 할지라도, 더욱 근본적으로는 〈나와 지단 공원〉의 작가가 가진 삶의 경험을 옮긴이 자신이 상상적으로나마 온전하게 체감할 수 없는 한, 그 역시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옮긴이의 주관적 바람이 있다고 한다면, 각각의 작가들이 창조해 놓은 그 무엇을, 조금이라도 그와 유사하게 모방할 수 있었으면, 그래서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옮긴이에게 흔쾌히 출판을 승낙해준 작가 여러분께 감사한다. 옮긴이를 도와 일일이 작가들의 주소를 확인하고 연락을 취해준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리샤오홍, 베이징대학 박사과정 김우연, 타이완 문화대학 박사과정 구희경 등에게 감사한다. 또한 이 책을 독자들과 만나게 해준 좋은책만들기의 대표 강인숙 님과 기획에서 편집, 교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챙겨준 맹은희 님께 감사한다.

 

 

2002년 5월 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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